17. 사진촬영 특급 노하우

by 김용희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쌓여가고 책 모양을 제법 갖추기 시작할 때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좀 넣어서 책을 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미면 좋을 텐데 좀처럼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 그리기는 자신 없던 나는 일단 사진을 잘 찍어서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나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야생동물을 취재하러 돌아다녔었는데, 당시 야생동물이 있다고 제보받은 곳은 어디든 갔다. 하지만 사람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장소의 야생동물들은 내 생각보다 행동이 무지 빨랐고, 내가 사진 찍으려 핸드폰을 켜는 순간 이미 다 도망가 버리고 없었다. 게다가 가까스로 어렵게 만난 철새나, 꾀꼬리, 노루, 꿩도 내 핸드폰으로는 아무리 줌으로 당겨서 찍더라도 너무 작게 나오거나 흐릿했다. 내 사진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더라도 책에는 절대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핸드폰으로는 야생동물을 찍을 수 없는 것 같은데?'


큰노꼬메오름 근처에서 새끼 노루가 노는 걸 보고 급하게 사진을 찍으려다 노루들만 놀라게 하고 흐릿한 사진만 잔뜩 찍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허탈한 마음에 전문가에게 지금 이 상황을 말하고 상담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사진작가가 없는지 생각해 보던 찰나 불현듯 사진작가 조수아 님이 생각났다.


"안녕하셨어요? 수아 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요즘에 책 만든다고 사진 찍으러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는데요. 오늘 노루를 봤는데 줌이 잘 안 돼서 못 찍었어요. 늘 산새도 많이 놓치고요."


나는 오늘 찍은 흐릿한 노루의 사진을 수현 님께 보냈고 사진을 보신 수아 님으로부터 곧 답장이 왔다.


"렌즈가 몇 mm 짜리 인지 몰라도 동물 촬영은 300mm 정도 망원렌즈가 필요할 듯하네요. 책에 실을 사진이라면 스마트폰은 안 되고, DSLR을 사야 하는데, 본체, 렌즈, 삼각대 정도면 신품 기준 중저가로 해도 대략 3~400만 원 정도가 들 것 같은데요. 거기다 사용법도 배워야 하고... 근데 책 콘셉트가 뭔가요?"


나는 그동안 써놨던 원고를 보내면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수아 님께 소개했다.


"이런 건 적어도 300mm로 찍어야 할 것 같은데요! 덜컥 사지 말고 대여해서 써 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아마 제주에도 잘 찾아보면 대여해 주는 데가 있을 거예요. 사진을 잘 찍으려면 렌즈도 카메라와 맞아야 하고. 카메라 브랜드에 따라 맞는 렌즈가 다르니 카메라 본체를 갖고 가서 새나 동물 찍을 거라고 하고 맞는 렌즈를 빌려야 해요. 아마 삼각대도 있어야 할 듯합니다."


이윽고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이게 기본 장비고요.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는 24~85mm 줌렌즈, 옆에 긴 렌즈는 300mm 망원렌즈와 삼각대예요."


'뭔가, 쉽지 않네... 왠지 이것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오늘 보내 준 사진을 보니까 우선 용희 님은 기초를 좀 배우고 해야 할 듯합니다."


이후 고맙게도 수아 님은 내게 사진 촬영에 관한 매뉴얼을 보내주셨다. 매뉴얼에는 1번부터 14번까지 수아 님이 평소 사진을 찍으면서 정리한 특급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었다. 주의 깊게 글을 읽던 나는 우선 14번부터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4. 본인의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숙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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