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타이포그래피의 이해

by 김용희

오늘은 유명 교수님께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배웠다. 타이포그래피는 '편집 디자인에서, 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 따위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책을 만들 때 명료하고 신뢰성 있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필수 충족 요소가 된다.

글씨체와 크기에 따라 책의 전반적 이미지가 달라지기에, 며칠간 새로 만들 책의 판형에 맞는 글씨체를 고민하던 나는 KoPub 바탕체를 글꼴 크기 10pt, 행간 21pt, 가로비율 95%, 자간 -25로 변형시켜서 내 맘에 쏙 드는 글씨체로 수정했다. KoPub 바탕체는 원래 폰트가 워낙 예뻤지만, 내 책의 판형이 좀 작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글씨의 가로 비율을 줄여보았다.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나?'


나는 며칠간 고심해서 글자를 수정하고, 다시 인쇄해 보고 하면서 변형시킨 그 글씨체가 내 책과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책을 인쇄해서 수업에 가지고 가서 교수님께 궁금한 것을 좀 여쭤보기로 했다.


"여러분, 혹시 글자의 크기는 글자의 가로를 말하는 걸까요? 세로를 말하는 걸까요?"


수업의 시작은 교수님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글자의 크기?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가로 아닌가?'


요즘 글자의 가로 길이에 꽂혀있던 나는 당연히 가로일 거로 생각했다.


"글자의 크기를 말할 때는 가로폭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글자의 높이를 말합니다."


'헙.'


나는 입 밖으로 크게 "가로요."하고 소리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교수님의 강의를 경청했다.


"좋은 조판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말해요. 글자의 크기가 커지면 자간을 줄 필요가 있는데, 자간은 단어 사이의 간격을 말하고, 이 자간이 읽는 흐름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할 때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간격을 잘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간격을 잘못 건드리면 글자의 기능과 아름다움이 흐트러 지고, 특히 글자끼리 서로 붙게 되면 거의 인쇄 사고로 봐야 합니다."


나는 인쇄해 간 내 책의 원고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글자끼리 서로 붙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긴 어려웠다.


"볼록판인쇄에서 활자로 판을 만드는 작업 즉 조판을 할 때는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합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책은 비싼 상품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래서 책은 호화로운 사치품, 혹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그러다 보니, 특히 성서 같은 경우에는 조판할 때 여백을 많이 두어서 성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강조했었죠. 요즈음 실용서 경제 경영서 같은 경우는 빠른 흐름을 강조하는 조판을 택하고, 이야기 책은 감정 표현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낱말 사이를 조절하여 특별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단어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게 잘 읽히는 조판이라고 하는 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술술 읽히는 조판이란 단어 인식이 명확할 때 좋은 조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업은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쉬는 시간에 교수님께 내가 가져간 인쇄물을 보여드리고, 글씨체를 변형해도 될지를 여쭙기로 했다. 내가 드린 원고를 보신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반적으로 초보가 만드신 책치고는 괜찮게 나왔네요. 열심히 하셨어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여기 보시면 우왕좌왕 같은 경우에, 우왕좌왕이라는 글씨가 여백 없이 서로 다 붙어있잖아요."


교수님 말씀에 내가 변형시킨 글씨를 살펴보니, 우왕좌왕에서 우자와 와자의 가로가 서로 붙어서 한 몸처럼 되어 있었다. 좌자와 와자도 마찬가지여서 전체 4글자의 가로 모음이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다.


'맙소사.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말씀하신 인쇄사고라는 것이 이거였나?'


"아까 혹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인쇄 사고가 이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죠. 이렇게 가로 폭을 많이 줄이면 가로 모음이 서로 붙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책을 만들 때는 글자 폰트는 되도록 디자이너의 의도를 다루는 게 좋습니다. 디자이너가 글자를 디자인할 때 보통 글자 폭을 많이 고민하는데요. 글자가 가진 특유의 균형과 비례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고, 디자이너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서 만들어 냈을 테니, 글자 폰트의 가로비율은 되도록 100%를 유지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 그러면, 이건 어떻게 하죠? 제 책은 판형의 가로길이가 좀 작은 편이라 가로로 긴 글씨체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제가 변형한 이런 느낌을 좀 내고 싶은데요...."


나의 질문에 교수님께서는 내 인쇄물을 찬찬히 보시더니 노트북을 꺼내서 전원을 켜셨다.


"이 인쇄물은 인디자인으로 만드신 거죠?"


"네."


"그럼, 제가 인디자인에서 간단히 폰트를 수정하는 것을 알려드릴게요."


쉬는 시간이 매우 짧은 데도 노트북 까지꺼내서 직접 인디자인 사용법을 알려주시는 교수님께 마음속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 여기 인디자인을 보면, 문자를 누르시고 단락을 누르시면 창이 하나 나오거든요. 단락 창에서 옵션 메뉴를 누르시면 균등배치(Ctrl+Alt+Shift+J)가 나와요. 그걸 누르시면 이런 창이 하나 뜨는 데요. 단어 간격에 최소값, 권장값, 최대값이 나옵니다. 여기서 최소값과 권장값을 75%~80% 정도로 설정해서 조절하시면서 글자의 모양을 한 번 수정해 보세요. 이렇게 하시면 가로비율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것 보다는 글자 폰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하시는 느낌을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짧은 쉬는 시간에 이렇게 고급 기술을 알려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며,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조판할 때 디자이너들은 보통 오른쪽 흘리기를 원하고, 편집자는 양 끝 맞추기를 원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조판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해야 안정감 있는 조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판은 여백과 판면에 의해 결정되는 데, 최근에는 글줄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본문의 글자 크기도 비례해서 작아지고 있죠."


교수님께서는 아낌없이 책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을 알려주셨다.


"자, 그러면 제 수업은 이 정도에서 마치고요.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예상대로 사람들은 교수님께 좋은 폰트를 추천해 달라고 질문했다. 나 역시 천하무적 만병통치약 같은 폰트 하나를 알게 되면 며칠간 수 없이 인쇄하고 수정하고 고민했던 폰트에 대한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 교수님의 답변에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 제가 중국 저자가 쓴 책을 일본학자가 번역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만드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책을 만들 때중국어, 영어, 일본어와 한국어까지 써야 하다 보니, 결국 모든 글자의 호환이 가능한 본명조를 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좋은 폰트는 정답은 없고 아무래도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책의 목적에 맞는 폰트인 것 같습니다."


나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결국 내 책에 맞는 폰트는 스스로 찾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찾은 Kopub 바탕체가 내 책 콘셉트와 잘 맞는 것 같아서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균등배치'를 통해 인쇄사고를 방지하면서도 책에 어울리는 폰트를 찾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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