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용머리 해안의 푸른 바다직박구리

#2 새로운 콘셉트의 탄생

by 김용희

다음 주 월요일 수업에 가져가기 위해 급하게 신청한 책 샘플이 목요일 출고 되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샘플책을 기다렸다. 제주도의 택배 배송은 타 지역보다 하루가 더 걸리는 특성상 주말과 휴일에 따라 배송이 달라지고 택배사나 그날의 날씨에 따라 배송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보통 태풍에 걸리면 물건이 선적되지 못하고 1~2주 그냥 지연되기도 한다. 당신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다음 월요일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샘플을 보고 S 선생님과 인쇄 부수를 상의해야 하는 나로서는 토요일에 택배사무실로 찾아가 택배를 수령했다.


'휴, 드디어 도착했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울고 싶었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와 PDF로 만들었을 때는 자체평가로 꽤나 귀엽게 나온 책이라고 생각했는 데 인쇄해서 책으로 나온 샘플책은 퀄리티가 너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책을 만드는 동안 원래 콘셉트에서 벗어나 꼭지글 1장, 그곳에서 생각나는 시 여러 편과 일러스트, 풍경 사진으로 구성된 조합은 정신없기 그지없었다. 주말이었지만 S 선생님께 문의해 보니 시는 수요가 많이 없고 사진은 퀄리티가 너무 낮으면 빼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책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진작가 C 님의 문자가 왔다.

"용희 님 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사진은 퀄리티가 낮아서 다 빼야 하고, 시는 수요가 없어서 빼야 하고, 그러면 꼭지글 12장 남는데요. 지금 거의 다 다시 써야 하는 수준이에요."


"거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사진은 원래 그래요. 사진을 넣으려면 고화질 원고가 필요하고, 용지도 고급으로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책값이 많이 비싸지고 그러면 책이 안 팔리고... 그래서 책 한 권 쓰기가 어려운 거지요."

"정말 그래요. 딱 맞는 말씀이네요."


C 님의 말씀은 현실과 맞는 말이었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동안 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 일단 나는 개인적인 생각은 좀 뒤로 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새로운 콘셉트를 정리해서 월요일에 S 선생님과 의논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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