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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Sep 07. 2024

11. 주짓수 할 땐 몸을 날려요.

"용희 님, 따라가면 안 돼요. 체력 다 깎여요. 멈춰서 기다려야 해요."


발짓수 전략으로 하루하루 버티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나를 잡기 위해서 빙글빙글 돌다가 내가 붙으면 기본동작으로 피해야 해서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것 같았다.


"왠지 더 빨라지신 것 같은데요?"


나를 상대해 주던 3 그랄 고등학생이 말했다.


"네. 요즘 체력이 좋아져서, 횡단보도도 뛰어서 건너요."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계시던 관장님이 말씀하셨다.


"원래는 가드 하는 사람은 밑에서 쫓아가는 거라 체력이 많이 안 깎여요. 많이 안 움직이잖아요. 용희 님이 많이 뛰니까 체력 소모가 더 많은 거예요."


주짓수에서 사람들이 나처럼 발짓수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혼자 뛰다가 체력 다 소모하고, 기진맥진 되어서 서브미션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격하는 법을 모르는 나는 잡히면 상대에게 압박을 당할 것 같기도 하고, 잡히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일단 뛰다가 틈이 보이면 내가 그나마 알고 있는 가드패스를 하려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스파링을 했다. 내가 분석한 주짓수는 파트너와 함께하는 운동이다 보니, 상대가 너무 진심으로 공격하면 나도 모르게 더 세게 방어하다가 서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둘 다 다치는 일도 발생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최대한 힘을 빼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보려고 했다. 그렇게 그날도 체육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나는 옆에 계시던 관장님께 말했다.


"요즘에 체력이 좋아서요. 뛰어도 괜찮더라고요. 주짓수가 정말 체력 증진에 긍정적 이예요. 이런 방식으로 체력 증진되는 걸 주짓수에서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체력 증진에 긍정적이란 말을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나를 보고 관장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좋은데요? 체력이 좋아지는 건 좋은 일이죠."


바로 그때 내가 3 그랄 고등학생의 바지 깃을 잡았고, 학생은 나를 떼어내기 위해 자신의 발을 툭 쳤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상대의 힘을 몸으로 다 받지 않기 위해 힘이 작용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방금 뭔가 날아간 것 같은데요."


학생의 발길질 방향으로 날아가는 나를 보고 관장님이 말씀하셨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힘을 세게 주지 않았던 고등학생은 관장님께 말했다.


"제가 안 다치려고 몸을 날린 거예요. 신경 쓰지 말아요."


그렇게 나는 부상을 방지하고, 상대로부터 너무 큰 힘을 받지 않기 위해 상대의 힘에 따라 체육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주짓수 수련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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