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배운다고? 내가?'
나는 평생 수어를 배울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평소 너무 넘쳐서 일상 생활하기 영 불편한 공감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분야라고 하니 어떤 분야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뭔가 아는 게 있어야 시작할 수도 있는 법.
유튜브에 '수어'라고 검색해 보니, 많은 영상이 떴다. 수어 통역사분들이 뉴스에서 통역하는 모습과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영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수어 통역사분들은 손뿐만 아니라 입, 그리고 얼굴 표정으로 통역을 하고 계셨고, 열정적으로 통역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작할 자신감은 점점 더 없어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외국 팝 가수 공연장에서 랩을 통역하는 수어 통역사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가수 보다 더 힙하다는 수어 통역사가 예쁘기도 했고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랩은 빨라서 들리지도 않을 텐데 그걸 통역한다는 게 과연 인간에게 가능한 일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블로그도 검색해 보았더니, 외지에서는 수어를 배우는 게 조금 비싼 단체도 있는 것 같았는 데 이상하게 제주는 수어를 배우는 비용이 저렴했다.
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수어교실에 등록해서 배우면 초급반 참가비가 3만 원에 교재비가 2만 5천 원이라고 했다. 교육은 총 20회.
나는 비용이 저렴해서 한 번쯤은 배워볼 만하단 생각으로 협회에 전화를 걸어 궁금한 걸 물어보기로 했다. 통화음이 울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자, 나는 조금 어색하게 질문했다.
"저기... 제가 수어를 배운 적도 없고 하는 데 시작하기 너무 어렵나 여쭤보려고요."
"초급반도 있고요. 초급반은 책으로 배워서 그렇게 어렵지 않고요. 지금은 다음 분기 공고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언제 수업이 시작될지 일정은 미정이지만, 동의하시면 연락처랑 성함 알려주시면 홍보 문자 보내드릴게요. "
다행히 친절하신 분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전화가 연결된 김에 수어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나는 오래 배우면 수어 통역 일도 할 수 있는 지도 여쭤보았는데, 초급반은 단어 위주로 배우고, 중급반은 문장, 고급반은 농인 선생님과 수업을 하기에 고급반까지 수료하면 어느 정도는 농인과는 소통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만, 일을 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데 실기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실기가 어려운 건 수어에는 신조어 같은 없는 단어도 있는 데, 없는 단어를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야 할지 그게 어렵고, 짧은 시간에 없는 단어를 풀이해서 설명하는 걸 농인이 이해하셔야 해서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시험이 많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나는 수어를 알면 알수록 잘할 자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수어를 배우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10주간 수어 체험 비용으로 5만 5천 원은 꽤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내어 수어 배우기에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