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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Jul 04. 2021

새로운 영역의 화폐로 재난지원금, 기본소득을논하자

국내 주요 은행권의 이자수익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 8월 482조 2천억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021년 3월 기준 521조 2천억으로 7.1% 증가한다. 가계부채는 더 심각하다. 코로나 이전보다 165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출이자 3% 기준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5조가 증가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코로나 위기 문제로만 볼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현금의 유동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외 은행의 대출이자 수익비중이 총수입 대비 60%인데 반해 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출 비중은 90%에 달한다. 투자은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율은 3%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자는 더 오르는 분위기다.      


정부는 13.4조에 달하는 1차 재난 지원금 외에 총 100조에 달하는 추경을 집행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추가 재난지원금 외에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예년 예산에 비해 올해도 100조 이상의 예산이 추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간 누적 200조가 추가 집행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유동성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나 집행되는 예산은 은행에 쌓이게 된다. 대부부의 자금거래는 현금보다는 은행에 저장되고, 은행끼리 교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에 쌓인 현금은 정부가 지정하는 지급준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지급준비율이 7%면서 은행이 200조를 빌려오거나 수신하면 14조를 제외한 최대 186조를 대출에 활용할 수 있다. 은행은 통화량이 증가하면 대출여력을 극대화하여 편하게 이자를 통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우리 은행권에서 90%의 대출 수익을 내면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 이자수익들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것이다. 바로 대부분이 국내 가계와 기업으로부터다. 유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은 팬데믹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정부의 압력에 힘입어 대출 신용도의 범위는 넓어지는 반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자를 높이게 될 것이다. 신용대출 이자는 아직도 20%에 달하고 있다.      


만일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 등의 복지정책으로 유동성이 추가로 증가된다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질 것이다. 결국 정부는 돈을 찍어 서민에서 주지만, 돈을 보관하는 은행의 속성상 실제 서민은 높아진 유동성으로 대출과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악순환이 금융 자본주의의 맹점이기도 하다.      


만일 어려워진 서민의 삶을 위해서 정치권에서 기본소득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확대하려 한다면 이제 기존 화폐가 아닌 은행의 대출 유동성을 줄이는 화폐의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동시에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비은행권에서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를 발행하여 성공시킨 바 있다. 200조에 달하는 모바일 페이가 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페이들의 가장 특징 중 하나는 은행의 대출 유동성이 적다는 점이었다. 환금성과 교환성이 높고, 사용의 편리성이 높아 서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화폐지만 은행을 거치지 않기에 대출 유동성으로 변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행과 대출은 자본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탐욕적 금융의 리스크를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에 사용되는 화폐는 별도의 새로운 영역의 화폐가 발행되는 것이 옳다.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지출이 서민의 목을 짓누르지 않으려면 말이다. 복지용으로 발행되는 새로운 영역의 화폐(Meta Currency)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탈(脫) 은행화다. 이미 대출 수익에 맛을 들은 은행권에게 추가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가만 올리고 은행권만 배불리 게 될 뿐이다. 중국의 모바일 페이와 같이 탈은행화된 화폐가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형식이다. 다만, 디지털 형식의 화폐는 특성상 부가세 등의 정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카드수수료와 유사하게 거래와 동시에 세금을 거두는 과세 시스템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은행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직접 유동성을 거둬들여 정부의 화폐 통제가 쉬워진다.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시험한다고 한다. 만일 기존 화폐와 같으나 디지털로만 전환하는 정도로 발행한다면 신용카드와 은행 전산망이 갖춰진 한국에는 별 의미 없는 시도가 될 것이다. 미래 국가경제를 준비하고, 서민의 삶을 고려한다면 다른 새로운 영역(Meta)에서의 화폐 발행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국내용 화폐여야 한다. 복지정책용 바우처 성격의 화폐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발행취지가 위험해질 수 있으며, 국내 물가 및 산업 보호 등에 어려워질 수 있다. 어찌 보면 디지털 형식의 화폐라 가능할 수 있는 통제 수단이기도 하다. 이미 이에 관련된 제안들은 누림경제발전연구원 등에서 공개적으로 설계하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새로운 영역의 화폐(Meta Currency)의 발행을 전제로 복지예산 및 기본소득 등의 논의가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하여 서민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모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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