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 그가 사용하는 언어로 판별하는 것이다. 인간은 바로 자기 생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언어라고 해서 자기만 알아들을 수 있는 특이한 언어를 쓴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컬러와 스타일을 담는 언어가 바로 ‘자기 언어’다. 바로 자기다움의 과정이다. 뭔가 다른 사람은 뭔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결국 관념화(texting)에 대한 이야기다. 자기가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상대의 관념을 읽을 수 있다. 상대의 철학과 정체성, 심지어 성격이나 지적 폐활량도 측정이 가능하다.
집안 얘기나 군대, 자신의 경험, 학맥이나 인맥, 부모님에 관한 주제를 대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과거의 언어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돈과 직업, 현재의 문제점이나 상황에 관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현재의 삶에 잡혀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 자신만의 주체적인 미래 언어사전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사유의 확장을 위해 읽기 근육량을 높이고, 이를 위해 딥러닝과 더불어 딥리딩을 추천하고 있다.
반대로 언어의 외피만을 중시하거나 난독증이나 문자기피증을 경고한다. 인간의 사유조차 전문가들에게 아웃소싱하는 현대인의 언어적 게으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언어적 게으름은 빈어증에 시달리게 되고, 같은 언어만을 반복하게 된다. 타자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고, 관심이 없기에 꼰대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언격을 높여야 한다. 자신의 지식을 지혜로 전환시키기 위한 관념의 확장을 통해 언격은 높아진다. 언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나, 사실(fact)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의 관념을 물어뜯는 행태가 아닌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에 노력하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다른 이의 생각을 틀렸다고 단정 짓지 않게 만든다.
바른 언어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명확한 개념(Things) 정의에 힘써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자기 언어의 디자인 즉, 자신의 관념(Text, 생각)을 바르게 설계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만의 개념사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어의 사전적 정의를 위해 한자의 파자를 통한 언어를 해체도 보고, 어원을 통한 언어의 역사적 스토리를 이해하는 습관이 필요하며, 상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르게 생각하기에 힘써야 한다.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어로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개념(Things)이 생각(Text, 관념)을 만들고, 생각이 세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개념사전을 시작으로 자기 언어에 계속 살을 붙여가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관념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자기 언어는 곧 자기 정체성이다.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고 나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재해석한다. 대화나 SNS를 보면 지속적으로 자기 언어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 지속적으로 사회행태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만을 쏟아내는 자신만의 언어가 없는 이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자기만의 언어가 없다는 것은 내가 내 관념 속에 갇혀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타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도, 나의 부족함을 성찰하지 않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언어를 디자인하기 위한 naming nature(개념화)를 거쳐야 한다. 결국 ‘자기 언어의 디자인’을 위해서는 관념에 대한 자기 성찰(省察)과 더불어 타자의 관념과의 명상(冥想) 과정인 명찰(冥察)을 통해 통찰(洞察)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지성의 폐활량이 확대될 수 있다. 자기 언어의 디자인으로 새로운 철학을 필요로 작금의 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예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