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북칼럼]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내적 경쟁과 외적 도움

by 박항준 Dannie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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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오래된 오해가 하나 있다. 진화는 경쟁의 역사라는 믿음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된다는 단순한 서사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는 이 익숙한 전제를 조용히 뒤집는다. 생명은 싸워서만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숲은 경쟁의 전장이 아니라 협력의 네트워크이며,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서사가 아니라 상호의존의 구조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경쟁과 도움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생명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고, 동시에 타자와 연결되며 균형을 만든다. 나무는 빛을 차지하기 위해 위로 자라지만, 뿌리 아래에서는 서로 영양을 나눈다. 개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생존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경쟁과 도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의 구조다.


이 구조를 인간의 삶에 가져오면 또 다른 통찰이 열린다. 우리는 종종 경쟁과 협력을 나누어 생각한다. 경쟁은 냉정하고, 도움은 따뜻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경쟁은 외부와의 싸움 이전에 내면에서 먼저 시작된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고민,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과정이 바로 내적 경쟁이다. 이것이 개인의 무게를 만든다. 스스로를 버틸 수 있는 힘, 판단의 기준, 삶의 중심이 이 과정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이 무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리 단단한 개인이라도 고립된 상태에서는 확장되지 못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외적 도움이다. 도움은 단순한 배려나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의 힘이 연결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역량이 다른 사람과 결합할 때, 그 결과는 단순한 합을 넘어선다. 관계는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장이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한다. 수학에서는 (2 + 3) + 4와 2 + (3 + 4)가 같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이 먼저 만든 관계에 한 사람이 더해지는 것과, 처음부터 세 사람이 함께 시작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만든다. 먼저 형성된 관계는 이미 하나의 구조가 되고, 그 구조는 이후의 연결 방식을 규정한다. 인간의 삶에서 더하기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맥락과 순서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그래서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생긴다. 내적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무게를 만들고, 외적 도움을 통해 그 무게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것. 이 두 과정이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창발한다. 경쟁만으로는 고립에 머물고, 도움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생명이 보여주는 길은 그 둘을 동시에 품는 방식이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생명은 혼자 살아남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함께 살아갈 수도 없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 힘을 관계 속에서 나누며, 다시 더 큰 질서로 확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생명이 오랜 시간 동안 선택해온 방식이다.


우리는 경쟁을 두려워할 필요도, 도움을 미화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둘의 방향과 순서다. 내 안에서 시작된 경쟁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그 단단함이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더 큰 에너지로 확장될 때, 삶은 비로소 생존을 넘어 의미를 갖는다. 생명은 서로 돕는다. 그러나 그 도움은 스스로를 세운 자들 사이에서 더욱 깊고 오래 지속된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벤처캐피탈리스트/창업 액셀러레이터

공) 저서. 더마켓 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 Web3.0 경제

출처 : 문화저널21(https://www.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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