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맥마당에 실린 인터뷰*

파워북 535C와 함께 아기를 치료하는소아과 전공의 강용과

by 대니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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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마당 1999년 6월호 인터뷰,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파워북 535C와 함께 아기를 치료하는

소아과 전공의 강용과

아기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 평생 아픈 아기들을 돌봐야 하는 소아과 의사라는 멍에(?)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소아과 의사? 뭐, 한두 명이겠냐마는 특이하게도 그는 맥으로 아기의 병을 고친다는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소아과 병동에서 레지던트 1년 차 소아과 전공의인 강용과 씨를 만나봤다.

취재‧예OO 기자


세상에 하나뿐인 파워북 535C(?)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울역 소화 아동 병원으로 파견근무를 나와 있는 강용과 씨. 그를 처음 봤을 때 당직하느라 가운은 잔뜩 구겨졌고 면도를 못 했는지 수염도 숭숭 나 있어 의사라는 이미지 특유의 깔끔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만큼 후줄근한 파워북을 보여주었을 땐 웃음마저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이 파워북 기종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535C라는 것이다.

지난 1998년 말, 그는 맥 사용자가 된 지 6년 만에 파워북 540C를 구입하고 세상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액정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해결법을 찾지 못한 그는 상심한 채 파워북 540C의 부품들을 차례대로 팔아버렸고, 파워북 540C는 CPU, 메인보드, 램만 남게 되었다. 알고 보니 모니터의 연결 커넥터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는 후회하며 저렴한 가격에 다시 파워북 520C를 구한 후 540C의 CPU, 램, 액정화면, 메인보드 트랙패드를 장착했다. 제법 흡족하게 조립된 이 파워북을 그는 파워북 535C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돈 많은(?) 의사 선생님이니 신기종을 구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에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이 일을 택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돈이 많다고 해도 신기종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데, 이 초라한 파워북은 저와 함께 귀여운 아기들의 병을 고쳐왔거든요.”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파워북 535C를 작동시켰다.


아기들을 치료하는 파워북 535C

파워북 535C의 화면상에는 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방대한 자료들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저는 아기를 보면 사족을 못 씁니다. 전공 선택할 때 많이 고민했죠. 아기를 좋아하니까 아기가 아픈 것은 안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기를 위해 의술을 펼친다면 평생 보람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소아과를 선택했고, 이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기에 대한 그의 사랑은 파워북 535C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994년 경남의 시골 보건소 의사 시절부터 만난 아기 환자들의 DB가 나이와 함께 병력, 증세, 차도 등 한눈에 어떤 아기가 어떻게 아프고 어떤 과정을 통해 치료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지난 1996년 중앙일보 국제 인터넷 정보사냥 대회에서 일반부 일등을 한 적 있는 솜씨로 인터넷에서 모아 놓은 의학 관련 정보는 책을 한 권 쓰고도 남을 정도며, 개인적인 의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술은 열심히 갈고 닦아야 빛을 발하는 고도의 기술입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저는 파워북 535C에 있는 자료로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간혹 의술을 통해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국내 대부분 의사가 외국 사례를 많이 참고하는데, 저는 저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죠.”


오지에서 파워북 535C와 함께 의료봉사를…

“3살 난 딸아이가 희한하게도 혼자서 쿼드라 800을 켜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리빙 북스를 실행하면서 노는 것을 보면 제 자식이지만 정말 영특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맥 OS가 직관적이고 개인이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운영체계이기 때문이겠죠.”

맥의 우수함을 강조하는 건지 딸 자랑을 하는 건지 모를 얘기를 하면서 맥을 사용한 지 7년째이건만 프로그램 하나 짤 줄 모르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는 힘들더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잘 사용할 줄 아는 파워유저가 되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밝혔다.

의사로서는 레지던트를 거쳐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전문의라는 이름을 겨우 붙일 수 있으니 아직 갈 길이 먼데, 아기의 아픔과 부모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따스한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파워북 535C를 종료시키면서 조심스럽게 마지막 얘기를 꺼낸다.

“기회가 되면 외국으로 나가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데는 국내보다는 오지이거든요. 만일 이 꿈이 실현된다면 오지의 어린아이들을 치료하는 제 옆에는 파워북 535C도 함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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