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진료실에서 떼쓰며 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뾰족한 울음소리가 30cm 앞에서 공기를 뒤흔들며 안면을 강타할 땐 언제 배웠는지도 까마득한 ‘맥놀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화살 같은 고음이 미간을 관통하여 전두동(frontal sinus)에 공명을 일으키고 전두엽을 뒤흔든 뒤 오른쪽 관자놀이로 빠져나갑니다.
“아기 열이 왜 나요?” 젊은 여사님의 날카로운 물음에 지끈지끈하던 편두통이 또 재발합니다. 청진기 팁으로 귀 고막을 막은 채 울음소리 나오는 입안을 정탐합니다. 도리질하는 악동의 머리를 양손으로 꽉 잡은 간호조무사가 지치기 전에 두 귀를 재빨리 훑어봅니다. 청진기를 귀에 꽂은 채 아이 엄마에게 설명합니다. 약 다 먹고 열나면 다시 오라는 말을 쏟아내곤 간호조무사를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문이 닫히고 아까 켜 놓았던 소음 측정 앱을 보았습니다.
peak level은 75db 정도. 검색해 보니 85db 이상의 소리에 3년 이상 노출되면 산재 인정이랍니다. 음, 어떻게 하나요. 아이를 더 울리나요. 아니면 청진기 줄을 1m로 늘려야 할까요. 다리가 짧아 팔도 짧으니, 그것도 안 되겠고. 혹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50대 중반이니 몇 해만 견디면 75db이 60db로 들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