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_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일이 되길
요즘 들어 유독 진료실에서 떼쓰며 우는 아이들이 많다. 뾰족한 울음소리가 30cm 앞에서 공기를 뒤흔들며 안면을 강타할 때면, 언제 배웠는지 까마득한 ‘맥놀이’ 현상이 온몸으로 체감된다. 화살 같은 고음이 미간을 뚫고 전두동(frontal sinus)에 공명을 일으키고는, 지끈거리는 편두통을 남긴 채 관자놀이로 빠져나간다.
“아기 열이 왜 나는 건데요?”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엄마의 질문에 지끈지끈하던 편두통이 더 심해진다. 나는 잠시 대답을 미룬 채, 청진기 팁으로 내 귓구멍을 막고 아이의 입안을 살핀다. 간호조무사가 도리질하는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그 찰나의 순간, 귓속까지 재빨리 훑어봐야 한다. 진찰이 끝나면 청진기를 귀에 꽂은 채, 윙윙거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엄마에게 설명을 쏟아낸다.
아이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나는 아까 켜두었던 소음 측정 앱을 확인했다. 최고 75dB. ‘85dB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면 산재 인정’이라는데, 이거 참 애매하다. 아이를 더 울려야 하나, 아니면, 청진기 줄을 1m로 늘려야 하나. 짧은 팔다리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내 웃어버렸다. 괜찮다. 50대 중반이니, 몇 해만 더 견디면 저 75dB도 60dB처럼 아련하게 들릴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