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지하철

살아가기 위해 떠나는 판타지 여행 1

by 새초록

가끔 나는 나만 탈 수 있는 지하철을 타요.

기다란 지하철이 칸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싣고 와요.

내가 어디 서 있건 내 앞에 딱 멈춰 서죠.

어른이 되어서도 바보처럼 길을 잃어버려 다음 걸음의 향방을 도무지 결정할 수 없는 때나

스스로 깊숙이 들어와서 나갈 타이밍을 놓친 캄캄한 지하 동굴 속에서도요.


나는 천천히 올라타요.

그는 날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죠.

문이 닫힌다는 벨은 울리지 않아요.

열두 시가 넘으면 모든 마법이 풀릴 거란 이야기도 없죠.










내가 나만의 긴 좌석에 앉으면 지하철이 출발해요.

유리 정원 같은 첫 칸은 들꽃의 언덕이에요.

나는 그곳 벤치에 앉아서 이 여행을 시작해요.

먼저 기다란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는 일로요.


땅이 꺼지겠다고, 덩달아 힘이 빠진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죠.

다 내쉰 뒤에야 웃을 수 있다면 기다려주겠다는 조용한 마음의 향기만 간간이 들려오죠.

그렇다고 숨 막히게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시간을 살죠.

풀잎은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고

꽃잎은 평온한 얼굴로 시들고

넓은 잎은 채색옷으로 갈아입은 후

차갑게 얼 땅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뾰족한 잎은 작별의 순간에도

어제와 다를 것 없이 자기를 지키는 푸른 삶을 살다가

결국 모두 다시 만나 희망의 싹을 틔우죠.


그러는 동안 나는 나의 시간으로 마음껏 한숨의 집을 지어요.

마음의 폐에 낀 것들을 뱉어내는 영혼의 호흡이죠.

수많은 계절이 지나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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