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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예 Feb 02. 2020

진짜 더울 때, 추울 때 보이는 브랜드

Big Issue 빅이슈

낮 최고 기온 36도, 푹푹 찌는 무더위, 폭염의 무서운 기세. 그날이었다.


에어컨 없는 바깥을 접하자마자 숨이 턱 막히고, 한 걸음 내딛으면 땀이 주르륵 흐르는 그런 날씨. 지인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회기까지 온다고 했을까. 울상과 짜증으로 고개를 딱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보였다. 회기역 간판 아래 서있는 그 사람.


진짜 더우니까 보였다.



롱패딩을 입고 장갑에, 목도리에 중무장을 해도 춥다. 그날이었다.


5분만 밖에 있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코가 시린 그런 날씨. 손을 주머니 밖으로 내놓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친한 동생이랑 놀고 헤어지는 시간이었다. 너무 춥다 추워를 연신 내뱉으며 고개를 딱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보였다. 종각역 간판 아래 서있는 사람.


진짜 추우니까 보였다.




처음은 이랬다. 어떤 언니가 말했다.


"한 달에 3만원은 남을 위해 쓰면서 살자고 마음 먹었어."


"진짜? 어디에 쓰는데?"


"응. 길가다가 빅이슈 보이면 사고 정기 기부도 하고. 3만원이 큰 거 같으면서도 엄청 쉽게 쓰는 돈이더라. 그래서 남을 위해 써보자고 했지."


"헐 언니, 너무 멋있다. 나 한번도 생각 못한 거야. 완전 멋있어."


멋있는 사람이 좋다. 빅이슈를 알고 있긴 했다. 그렇지만 괜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지하철역 앞에 서서 잡지를 구매하는 게 이상하게 멋쩍고 민망했다. 그러다 같이 걸었다. 언니가 멋쩍었던 그 장면을 내게 보이며 잡지를 선물해줬다. 그때 머리가 띵!



멋있는 걸 보면 따라하고 싶다. 그래서 따라했다. 한 달에 3만원 쓰기 캠페인을 1년정도 했다. 처음으로 혼자서 빅이슈를 구매했다. 신사역, 회기역, 교대역 등. 때로는 언니가 그랬던 거처럼 2권을 사서 1권은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했다. 괜히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거 같고 멋진 사람이 된 거 같은 약간의 건방도 가지면서. 3만원의 나머지는 생리대 정기 기부를 했다. 그러다 회사를 관뒀고 무일푼이 될 무렵, 3만원은 다시 큰 돈이 됐다. 한 달에 3만원, 남을 위해 써보자!라고 했던 다짐은 조금씩 수그러졌다. 이후에도 아주 가끔, 유독 눈에 띄는 날에 구매를 했다.



빅이슈라는 브랜드, 그들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까? 잡지라는 읽을거리의 의미를 넘어서 가치 소비의 기회를 주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빅이슈의 미션에 공감하고 그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잡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C) BigIssue.kr


그들의 미션은 '빈곤 해체'이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홈페이지에서 알아봤다. 정식 빅이슈 판매원은 위의 그림의 과정을 거쳐서 될 수 있다. 또한 권당 5,000원 중 2,500원이 판매원의 수익이 된다. 2010년 7월 창간을 한 이래로 800명 이상이 빅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60여 명의 판매원 분들이 서울, 경기, 대전, 부산의 지하철역, 주요 거리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참 사회적으로 관심 받고 보도가 되었던 시기와 현재 상황은 다르지 않을까 한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전만큼 수익이 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기 구독이나 재능 기부 등 다른 방식으로도 빅이슈 활동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는 빅이슈의 등장이 익숙해지고 너무나 자주 봐서 실제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C) BigIssue.kr


빅이슈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먼저, 빨간 조끼를 입은 판매원 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잡지가 보인다. 매달 달라지는 잡지 커버 주인공이 보인다. 처음 빅이슈를 알게 된 계기도 유명 스타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커버 모델을 한다는 기사에서 알게 됐다. 유명 배우, 가수들과 더불어 박지성 선수도 커버 모델을 한 적이 있다. 희한하게 구매할 때는 그런 유명인이 아닐 때 더 많이 구매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너무 추웠던 그날. 친구와 신나게 놀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종각역 간판 아래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을 봤다. 너무 추워서 너무 더웠던 그날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리고 엘사가 보였다. 엘사? 사야겠다!


"두 권 주세요!"

옆에 있던 동생한테 한 권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분이 말했다.

"선생님,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나도 말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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