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st of meeting God is only ₩333,000
00 미술에서 일하면서 기자라는 직무에 대해 큰 애정을 가졌다. 미술 월간지를 편집했는데, 글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최적합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나가는 대외적 활동도 재밌었다. 매달 내 이름이 적힌 창작물이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오래 일하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이 좋았다. 어차피 지금의 나는 창업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기자처럼 묻는 상황도 많을 것이다. 협회라는 이름 안엔 구성원, 공동체, 복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기자 이외의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느낌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내 직함은 내 지휘 아래 대표가 아닌 기자가 되었다.
그런데 명함 디자인에 협회라는 뜻의 Association 철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명함이 이미 발송된 상태에서 발견해서 굉장히 난감했다. 빨리 명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신중하지 못했다. 그래도 큰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발견하여 다행이었다.
여름날 울산의 한 중소기업상담회사를 찾아가 사업계획서 의뢰를 했고 아직 매출이 없는 초기 창업자인 나는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송준경 경영지도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업계획서는 본인이 써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에 반대한다. 왜 그렇냐면 세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있는데 계단 안 올라도 돼서?
의뢰했던 사업계획서의 결과는 굉장히 흡족스러웠다. 덕분에 1억을 투자받을 수 있는 K-스타트업 창업리그에 서류통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뽑히진 못했다. 발표를 하는데 슈퍼스타 K 면접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카메라가 있는지 찾을 정도였다. 너무너무 떨리고 심사위원 분들이 냉철하고 무서웠다. 발표 후 지적 많이 받았다. 나도 횡설수설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날 역시 굉장한 열정을 불태웠다. 전날 밤 발표장 근처 찜질방에서 지새우며 발표 대본을 외웠다. 앵커처럼 대본도 만들고 사람들이 잘 없고 방음이 잘 되는 아이스방에 들어가서 그 대본을 들고 계속 외웠다.
창업지원금은 굉장히 유용하다. 지원금을 받기 위한 과정들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고 일정 교육을 들어야 하는 등의 절차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즐기는 편인 나는 이런 행사 환경이 즐겁고 재밌었다. 워크숍에 가다 보면 자주 뵙게 되는 대표님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지원금을 받게 되면 창업 보고서를 써야 한다. 지원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예산계획서를 만들고 그에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 나는 매번 금액이 달라져서 난감하기도 했지만 창업매니저님의 배려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매달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창업 목표를 재고하고 방향을 잡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지원금 없이 창업하시는 분들께도 보고서 작성을 추천하고 싶다.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강의 싫어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저자 중에 강사도 많다. 강사 중에 저자도 많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들의 강의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들으려고 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강연도 좋아하게 된 순리랄까? 그리고 들으며 메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메모라는 것이 쓰고 보지 않으면 몰라도 이렇게 포스팅해놓으면 나도 모르게 다시 보게 되고 선한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에 한 지인에게 메모광이라고 말하니까 성공하는 사람들은 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며 나를 추켜세워줬다. 아이폰 메모장에는 2000개 정도 되는 메모가 저장되어 있다. 다른 메모 앱을 사용해보려고도 했으나 쓰다 보니 익숙해진 아이폰 메모장만 한 게 없어서 계속 사용 중이다. 가끔은 별생각 없이 원하는 것을 적은 메모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쏠쏠한 재미를 찾기도 한다.
오랜만에 예전에 들었던 강의들의 메모들을 살펴보니 내가 그때 이런 강연도 들었었나 싶은 강연도 있었고 다시 봐도 좋겠다 싶은 강연도 존재했다. 끌리는 강연엔 이유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강사의 내재된 성향과 나의 무엇이 잘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강연의 강사들은 강연이 끝난 뒤 명함을 받아뒀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더 가치 있다. 강연과 나의 궁합처럼 사람 관계도 그렇다. 특별한 이유 없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좋았던 강의 내용 중에 세븐일레븐의 무인 편의점 사례가 있었는데 다른 날 듣고 좋았던 강의 역시 무한, 무정부, 무소유 등의 내용이 들어간 강의였다. 그리고 *공유경제라는 말이 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우버, 카카오 택시, 에어비엔비가 대표적인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다. 우버가 소유한 택시는 없다. 에어비엔비가 소유한 호텔은 없다. 그들은 모든 차를 택시로, 모든 집을 숙박장소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모든 것을 가졌다. 텅 빈 충만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