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에서의 하룻 밤.
선자령으로 첫 백패킹을 갔다.
쉴 새 없는 바람과 거대한 바람개비들
확트인 시야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바람은 쉴새 없이 불었다.
서에서 동으로 동에서 서에서 동으로
바람은 나의 영혼을 쉴새 없이 흔들었다.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별을 찍어보자 마음 먹었지만
바람에 온통 흔들린 터라 카메라를 어떻게 해야할지
정신없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노출을 잡고 셔터를 눌렀다.
별이 빛나는 바람의 언덕
높낮이를 용납할 수 없는 끊임없는 흐름.
빈약한 나의 텐트는 사정없이 위아래로 좌우로 꺽이든 흔들거리고
텐트 자락은 서로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속삭임으로
밤을 지배한다.
얼마나 더 머물면
이 바람을 평화롭게 맞을 수 있을까.
날것의 자연속으로 나를 내어맞긴
첫 백패킹은 바람이 되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