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하늘

by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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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하늘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남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비슷한 모양의 하늘이 생길 수는 있어도 같을 순 없다. 시시각각 흘러가는 구름은 우리의 일상을 초, 분 단위로 다채롭게 만든다. 하늘뿐 아니라 모든 것들은 시간 앞에서 변한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의 하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추운 날은 유독 하늘이 깨끗하다. 하늘을 보고 슬픈 생각이 든 적이 별로 없는데, 소중한 사람이 곁을 많이 떠나간 이번 겨울은 어딘가 외롭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 된다. 속상한 이야기를 접하면 나의 속도 따끔댄다. 누군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고, 누군가는 오지랖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렇게나마 슬픔을 나눌 수 있다면 나 또한 기꺼이 아플 수 있다.


사랑하는 할머니의 49재를 무사히 마쳤고 더 이상 할머니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야 했다. 함께 운동하던 같은 또래가 하늘로 갔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었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진작 말을 건네 볼걸. 멋지게 운동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스친다. 동네 친구를 떠나보낸 후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 선배를 위로해 주었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항공기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전부 얼어붙을 것만 같은 회색 겨울, 떠나간 사람의 온기를 상상한다. 함께 있던 순간도 같이 있지 못한 순간도 모두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도 많은 사람을 잃었다. 언제쯤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될까.


갑작스레 누군가를 잃는 아픔은 헤아릴 수 없다. 그 죽음의 과정이 모든 세상 사람에게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된다면, 원하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면 그건 어떤 괴로움일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책에서는 911테러로 아빠를 잃은, 아들을 잃은, 남편을 잃은 한 가족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아빠의 흔적을 끝내 찾지 못해서 아빠의 마지막을 모른다. 정말 죽었을까? 아빠가 죽었을 법한 장면을 계속해서 떠올려야 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가 어려웠던 그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상상으로 모든 걸 거꾸로 돌린다. 모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거꾸로 걷고 흩날리던 종이 뭉치도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건물이 무너지기 전 뛰어내린 사람도. 어쩌면 아빠일 수도 있는 그 사람은 떨어지다가 다시 하늘을 난다. 그리고 주인공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마음먹는다.


우리는 간절할 때 하늘을 찾는다. ‘아, 하늘이 날 도와주면 좋겠다. 제발’ 하늘엔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 있을 것이다. 원해도 가질 수 없는 무언가 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리된다. 내 마음이 닿은 기분도 들고 위로를 받는 마음도 든다. 외롭고 힘이 들 때 하늘을 바라보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음을 내가 마땅히 살아가야 할 이유도 많음을 깨닫는다. 지나가는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건 저 구름 너머 어딘가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떠나보낼 것들은 보내주며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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