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난로

by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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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하늘은 넷플릭스다. 까치며 비둘기며 새가 날아다니고, 바람이 좀 부는 날이면 구름이 지나가기도 한다. 속도가 빠른 비행기면 조금 더 재미있겠지. 며칠 전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움직이는 눈송이가 가득해 더 정신 차릴 수 없는 풍경이었을 거다. 고양이는 창밖 세상이 재밌을지 몰라도, 나는 그런 고양이 모습이 재밌다. 얜 어쩌면 가보지 못한 세상이 궁금한 걸까? 의문을 품기도 한다.


7년 전, 숨을 얼음으로 내쉬는 것 같던 아주 추운 겨울날, 이 고양이를 만났다. 알 수 없는 악취를 풍기며 몸에는 음식물 쓰레기 흔적이 묻어있던 아주 작은 고양이었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자마자 폭설이 내렸다. 발목까지 쌓인 눈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 내 무릎 위에서 바르르 떨고 있었다. 잘못 만지면 부스러질 것 같았다. 어쩌다가 모르는 생명체와 살게 된 나는 금방 포근함에 스며들었다. 이 고양이는 점점 푹신푹신해졌고 어디서 다쳤는지 모를 피딱지도 떼어내게 되었다. 그릉그릉 소리를 내었고 나와 꼭 붙어있을 때면 말캉한 발로 꾹꾹 눌러대기도 하였다. 하릴없이 순한 녀석은 어떤 사람이 와도 품에 안겼고 추석 귀성길을 견디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기도 했다. 몸집은 점점 커져가고 귀여움도 커져갈 때쯤 고양이는 사라졌다.


우리 가족은 고양이 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밑이나 어두운 수풀 속을 잘 보시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고양이 탐정의 말을 따라 조심히 또 조용히 움직였다. 우리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만났다. 집 주위에 이렇게 많은 고양이가 살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우리 애는 다른 고양이들과 싸울 깜냥이 안될 것이다. 엄마와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난 어쩐지 울음이 나질 않았다. 믿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믿음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나는 무덤덤했다. 그러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방송을 들었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가족께서는 6층으로...’ 달려갔다.


6층 집 창문은 열려있었다. 방충망은 다 찢겨있었고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고양이는 연신 하악질을 해댔다. 데려가려고 손을 뻗었는데, 한껏 세운 발톱으로 세게 내쳤다. 극도로 긴장해 휘청거리는 고양이가 창문 밖으로 떨어질까 마음을 졸였다. 손을 가까이 가져가서 내 체취를 맡게 해주었다.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다가 익숙했는지 금세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품에 안겼다. 고양이는 집으로 돌아간 뒤 반나절을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쓰레기를 버리는 동안 무심코 열린 현관문에 호기심을 가졌고, 고양이가 나간 줄 몰랐던 아빠가 문을 닫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열려있던 6층 문으로 이 고양이는 뛰어 들어갔다. 그 집에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아저씨는 필사적으로 낯선 검은 물체를 내쫓으려 했던 모양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 아직도 나의 고양이는 현관문을 무서워한다. 낯선 발자국 소리를 경계하고 병원이라도 가는 날에는 구슬픈 울음소리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다시 또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 할까 두려운 것일까? 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도 자유롭게 풀밭을 뒹굴던 때가 그립진 않을지 궁금하다. 펑펑 내리는 눈의 결정을 느껴보고 싶지는 않은지. 새하얀 갓 내린 눈에 귀여운 발자국을 남겨보고 싶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따뜻한 집 안에서의 세상 구경이 행복하다면, 나는 만족한다.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고양이를 꼭 껴안아 본다. 아주 따뜻하다. 마음이 따뜻해진 건지 체온을 맞대 몸이 따뜻해진 건지 구별이가지 않는다. 이 부드럽고 포근한 이 기분이 오래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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