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끝까지 버티지 못하면 지는 거라고.
그 말을 믿고 오랫동안 버틴 시간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해야만 했던 일이 있다. 버틴 시간이 아까워서 버티고 또 버티고
그렇게 9년의 시간 동안 함께했다. 그 일이 문제가 아니고 내가 속한 조직이 문제였다.
설명이 통하지 않는 억측 속에서도, 나는 끝까지 서 있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버티면 버틸수록 나는 내가 아니게 되었다. 비전을 보지 못하면 꿈을 잃어간다.
내 이야기가 아닌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고, 내가 하지 않은 선택들이 내 책임이 되어 돌아왔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조용해지고 결국 아무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놓는 것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버틴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다.
존엄하지 않는 곳에서, 공정하지 않은 곳에서, 자꾸 미루는 그곳에서는 이 경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는 것을, 에너지 소모, 시간낭비라는 것을 안 순간, 멈추기로 했다.
스스로 콜드게임을 선언했다.
그 순간 누군가는 나를 패배자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도망쳤다고, 버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나를 선택한 날이었다는 것을.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고 판단되었을 때 떠나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회사를 나서는 길, 그곳을 나서는 길이 가벼웠다.
무언가 잃은 것이 아니라 오래 붙잡고 있던 나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콜드게임은 채배가 아니다.
더 이상 나를 잃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선언이다.
그날 이후 나는 새롭게 비전을 찾아 떠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