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숨 쉬는 법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익숙한 동네를 떠나
생소한 낯선 동네에 와서 살고 있다.
아직 가게의 간판도
길도 모르고 낯설지만
그 낯설음이 날 설레게 한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쾌감’
누구의 기억 속에도 없는 존재로
서 있는 이 자유가 나를 숨 쉬게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누구도 알고 싶지 않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꿈꿔왔던 복층 오피스텔에서의 삶.
로망이 현실이 된 이 공간에서
나는 '익명'이라는 날개를 달고 더 가벼워진다.
복층의 높은 층고만큼
내 생각의 높이도 한 뼘 더 높아진 기분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모른다'라는 그 자유 속에서
난 더 자유로워진다.
본가는 그대로 있고
삶의 뿌리는 여전히 거기 있다.
'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이곳에 완전히 새로 정착할까?
나도 모르는 나의 미래다.
이 질문은 사실 지역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삶으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 같다.
그곳에서의 내가 과거의 기록이라면
이곳의 나는 백지 위에 새로 쓰는 문장이다.
지금 나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잠시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 떠 있음이
불안이 아니라 설렘이라는 게 중요하다.
미래를 지금 결정하지는 않을 거다.
정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디든 마음이 머무는 곳이
결국 나의 집이 될 테니까.
오히려 지금은
'여기서의 나'를 충분히 살아보는 시간일 수 있다.
여기서의 일상은 어떤지
여기서의 나는 덜 흔들리는지
여기서의 나는 조금 더 나다운지
그걸 몇 달, 몇 계절 겪어 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
사람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원래의 곳에서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의 나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지?
그 차이를 느껴 보는 게
아마 답의 방향을 알려 줄 것이다.
지금은 미래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둬도 되는 순간이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그냥,
이 셀렘을 조금 더 느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