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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10. 2019

#11. 전기공 1일 차

노가다 다이어리

 그동안 '잡부', '목수 조공'으로 일을 나가면서 느꼈던 것은 '기술이 없으면 몸이 힘들고, 일의 보수가 적다'라는 것. 현장일을 그만둔 지 몇 년이 흐르다 보니 당연한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우연히 전기 조공을 구하는 일자리가 생겨서 반가움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통화 속 그대에게 "내선 전공입니다" 말하자 우린 서로 더 이상 물을 것도 들을 것도 없었다.


아쉽게도 나는 '전공'이라는 단어를 내 사수들에게서 부여받지는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만났던 사수들은 업계에서 'S'클래스의 기술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전기라는 공정이 1부터 10까지 있으면 모두 다 할 수 있어야 어디 가서 일할 때 '전공'이라는 타이틀을 쓰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일하는 기술자들은 1부터 10중에 어느 것이라도 할 줄 알면 전공이라 당당히 말한다. 내가 배웠던 세상과 달라 낯설지만 요즘 트렌드이다. 어찌 보면 모든 기술을 다 배우는데 그만큼 오래 걸리기도 하고, 모든 걸 가르쳐주는 사수급 전공이 은퇴를 많이 하는 것도 한 몫한다. 뭐 어찌 되었든간 전기 전공은 세부적으로 전문분야가 나뉘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새로운 룰이다.


익숙한 일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일함에 있어서 전혀 설렘이 없다. 오늘은 전기일을 하면서 못했던 외선 위주의 작업들을 했다. 처음 하는 작업이지만 반장님이 시범을 보여주니, 원래 하던 일처럼 손이 움직인다.


안 쓰던 손가락 근육을 사용해서 내일 분명 손가락이 아프겠구나.


내가 해본 노가다 중에 '전기'가 제일 편하다.

당분간은 전기공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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