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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09. 2019

#10. 목수조공 4일 차 | 마감

노가다 다이어리

목수를 배우고 싶어서 무턱대고 시작했던 목수일의 첫 번째 공사가 드디어 마무리가 되는 날. 과연 오늘은 야근을 안 하고 정시에 퇴근을 할 수 있을지 살짝 고민하며 출근한다. 단순히 내장 목공만 하는 게 아니라 방수까지 모두 하다 보니 예상보다 일 량이 늘어 2일은 야근이다.


오늘 진행될 마무리 공정들을 미리 정리해본다.

1. 미리 쳐 놓은 상에 5mm 합판을 재단하여 시공한다.

2. 합판에 석고보드를 재단하여 시공한다.

3. 창틀에 미리 준비해 놓은 '멀바우 집성목'으로 창틀을 만들어서 시공한다.

4. 도배업체에서 마무리 도배를 시공한다.


방 3개를 하루 안에 모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가 늦어지면 뒤에 들어오는 도배가 공정이 밀리게 되어 피해를 입히게 되니 가급적 도배업체와 약속한 시간 안에 우리 공정을 마무리 해야 한다.


그냥 작업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아무런 부담도 없을 터, 그러기엔 이미 시야가 현장관리자인 탓에 괜스레 일하면서 계속 신경 쓰인다. 일이 지연되어 도배업체 일이 지연되기 시작한다. 


일이 진행되긴 하는데 깔끔하게 되지 못하고 '우걱우걱'하는 느낌이 강하다. 


계속 지연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준비해놓은 '멀바우'로 창틀을 시공하며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나무 성애자 인가보다.' 아무리 필름으로 이쁘게 마감을 한다고 해도 결국 원목이 주는 고급짐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멀바우 창틀 하나로 집의 마감 품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자재비 30만 원, 인건비 40만 원이 최소로 들어가는 멀바우 창틀을 서비스로 10만 원에 해주다니.. 속상하다.

100만 원짜리 제품도 10만 원에 하면 결국 10만 원의 값어치로 남을 텐데 말이다.


문득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고객들한테 서비스를 퍼주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클라이언트는 알까? 멀바우 창틀로 집의 마감 품질이 올라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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