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다이어리
목수 조공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고 3일 차. 드디어 목수일을 하게 됐다. 그것도 원하던 사수 아래서 말이다. 모든 게 낯설지만 그래도 우리 선조들이 항상 외치치 않았던가. "시작이 반이다."
방수 작업이 마무리되고 난 이후 공정은 벽체를 원상복구 시키는 작업이다. 어떤 공정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지만 직접 시공에 참여해보는 건 난생처음. 모든 게 어색하고 어렵다. 사수가 해주는 말을 모조리 기억하고자 최선을 다하지만 역부족.. 그걸 당연히 여기는 사수는 열심히 설명을 녹화하라 한다. 이렇게 일을 하나부터 천천히 알려주는 사수를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저 감사하다.
목공 작업이 진행되면서 기존에 하던 방식과 다른 꼼꼼함에 또 한 번 놀란다. 이렇게 시공하면 바람이... 들어올 수가 없다. 보편적으로 시공하는 방법은 창틀 시공할 때 창호 시공자들이 창틀만 폼으로 채우지만, 모든 틈새 틈새를 폼으로 가득 채우고 판재를 덮기 위해 품을 모두 칼로 재단한다. 각재로 상을 세운 뒤엔 단순히 석고보드만 치는데 말이다.
방 3개를 작업하는데 속도가 안 나온다. 제기랄 전기일이면 금방금방 해치울 텐데 안 해본 목수일을 하려니 작업품질과 속도를 모두 이뤄낼 수 없어 속이 터진다. 괜스레 사수 눈치만 보인다. 못하는 게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다.
목공을 관리자 입장에서 보며, 가끔씩 직접 시공을 하곤 했었다. 그때는 항상 레이저 수평을 의지했었다. 이게 가자 정확하다는 생각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전기로 일을 배울 때 레이저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작 실렸는데 A급 목수들은 일의 양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를 이용한다. 수평의 기준을 잡아줄 수 있는 목재를 이용하는 거다. 이 방법이 일상화되면, 일일이 줄자로 치수를 측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전기작업과는 전혀 다른 공정의 목수는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지만, 기존에 배웠던 일반적인 공법이 아닌 새로운 공법들을 배우는 건 역시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