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뽑아본 MBC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코너 Best 3
매일 아침을 함께 하는 MBC 라디오 <굿모닝 FM 장성규입니다>는 정말 다양한 코너들로 꽉 채워져 있다. 뉴스도 전하고, 청취자와 농담도 주고받고, 눈물 나게 감동적인 사연도 종종 소개하는데 거기에 오디오 드라마도 등장하고 가끔은 게스트 출연자들이 노래도 부른다.
사실 여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청취자들의 하루를 깨우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아침 라디오는 제한된 시간 안에 들려줘야 할 것이 참 많다. 청취자 입장에서는 갖가지 진수성찬이 한 번에 펼쳐지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지만, 그 많은 코너를 준비해야 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 아침 라디오는 꽤나 까다로운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모호해지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다채롭고 유연한 구성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는 코너 각각의 매력을 잘 살려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매일 아침 2시간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아쉬울 코너들이 참 알차게도 담겨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필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굿모닝FM 코너 best 3를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코너 제목부터가 ‘이것이 바로 라이브의 묘미다!’라고 온 마음을 다해 외치는 듯하다. 기상천외한 이벤트부터 평범해서 더 정감이 가는 일상의 출근길까지, 아침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단독취재, 아침의 현장’의 소재로 쓰인다. 덕분에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오늘은 또 누가 어떤 이야기와 등장할지를 기다리며 소소한 설렘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단독취재, 아침의 현장’은 그야말로 모든 청취층을 아우를 수 있는, 품이 넉넉한 코너다. 빗길에 운전하는 직장인 아버지들, 허둥지둥 사무실로 향하는 사회 초년생들, 남들보다 조금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아침은 달라도 라디오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슬로건 문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코너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청취자들의 사연과 특징에 맞춰가며 매일 코너의 분위기를 조금씩 달리하는 데서 나오는 묘한 매력도 있다. 날것의 재미,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친근한 대화가 필요할 때는 ‘단독취재, 아침의 현장’을 찾으시기를.
장성규가 누구인가. ‘워크맨’으로 온 세상 직업을 다 체험해보고 다니는 ‘노동(?)’ 테마 유튜브 세계관의 최강자가 아닌가. DJ 뀨디의 매력을 고스란히 옮겨온 이 코너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다만, 유튜브 속 워크맨 장성규와 굿모닝FM 속 뀨디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선을 넘는 캐릭터로 유명한 진행자이지만, 굿모닝FM의 청취자들과 소통할 때의 그는 한없이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염민주 리포터와 ‘면접’을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던 중, 한 청취자가 면접관으로부터 ‘지금까지 참 열심히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이 나더라는 감동적인 사연을 보내왔다. 본인의 취준생 시절을 회상하던 뀨디는 자신 또한 스스로를 비하하며 우울해했던 과거의 시간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비슷한 처지에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청취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려는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내일은 굿잡!’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청취자들의 ‘일’ 이야기를 소중하게 듣고 소통하려는 뀨디가 있어 더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코너다.
최고는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굿모닝FM 속 매력 넘치는 코너들 중에서 꼭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필자의 ‘원픽’은 단연 ‘각색왕’이다. 그냥 놓고 보자면 조금은 맹숭맹숭한 이야깃거리도 조미료 팍팍 넣고 맛들어지게 각색해 오디오 드라마로 풀어내는 마성의 코너다. 각색왕에는 돌덩이 같은 사연도 주옥같은 황금빛 명작으로 탈바꿈시키는 빛나는 목소리의 소유자가 셋이나 등장한다. 터줏대감 뀨디, 남유정 성우, 그리고 송진우 배우다. 세 출연자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들으며 실컷 웃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들은 것인가 싶은 희대의 막장 드라마 한 편이 끝나 있고는 한다.
한 가지 꿀팁을 전하자면, 각색왕은 보이는 라디오로 ‘보면서’ 들으면 더 재미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하는 남유정 성우와 송진우 배우의 케미가 화면을 통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긴박한 현장 속, 시시각각 변하는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다 보면 줄거리 자체에 이입은 조금 덜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하는 그들의 노고가 느껴져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된다. 몇 주 전 방송에서는 한 때 큰 유행을 불러왔던 ‘오렌지 주스 씬’을 연기하던 송진우 배우가 남유정 성우가 마시다 만 물을 활용해 장면을 재연하는 엄청난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되돌아 살펴보니, 앞서 소개한 세 코너에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세 코너 모두 화려한 라인업의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진행자와 청취자 간의 유대가 쌓여 만들어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는 따스한 코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굿모닝FM>이 이러한 코너들을 통해 라디오가 오랜 세월 지탱해오고 있는 ‘휴머니즘’의 정서를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세련되게 풀어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코너가 가진 개성과 그 속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따뜻함이 있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하며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