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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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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Aug 30. 2020

내가 분노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스트레이트가 말하는 플랫폼 노동

2020년의 사회는 내가 어린 시절 생각한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은 일을 시키고 컴퓨터는 열심히 일하는 세상이 오지 않았다. 정의가 바로 서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당연히 벌을 받는 사회도 오지 않았다.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워진 사회도 오지 않았다. 사실 내가 어렸던 시절과 2020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더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원치 않는 사회가 되었는데 많은 사람이 분노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사회가 당연한 흐름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 원인이 분노해야 할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모든 일이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는 건 아닐까? 종로에서 뺨을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일은 없어야 하고, 뺨을 맞은 자신을 탓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러기에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기에 나는 MBC의 스트레이트를 즐겨본다. 내가 분노해야 할 지점이 어딘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플랫폼 노동’ 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많은 이에게 호평을 받은 에피소드인 ‘플랫폼 노동’ 편을 통해 스트레이트가 분노할 지점을 찾는 방법을 살펴보자.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스트레이트에서 6월 마지막 주 일주일 간 이동경 기자는 ‘쿠팡이츠 쿠리어’로, 김수근 기자는 ‘배민 커넥터’, ‘쏘카 핸들러’, ‘쿠팡 플렉스’로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를 경험했다. 스트레이트에서는 영상에 실제로 두 기자가 일을 진행하는 장면을 담아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이러한 체험을 기반으로 한 문제 제기에 실제 해당 업무를 진행한 노동자들은 크게 공감했다.

플랫폼 노동 1탄 <플랫폼 노동으로 1주일 살아보기> 소개 화면

일례로 이동경 기자는 본인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희망 장소로 선정하지 않은 먼 장소로 배달을 계속 요청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배달 신청을 거절을 하려 했다. 그러나 쿠팡 이츠 앱 내에서 ‘배달을 거부하여 수락률이 떨어지면 페널티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고 이동경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후 이 지점을 지적했다. 김수근 기자는 배달로 생업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처럼 여러 일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쉬지 않고 최대한으로 일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만큼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직접 체험하여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인터뷰나 기존 문헌에서 문제점을 찾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경험하여서 문제점을 보도하는 것 또한 스트레이트의 매력이다. 이 ‘플랫폼 노동’ 편을 통해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서의 문제점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앞으로 해당 노동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문제’로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사회 개혁을 이룰 수도 있다.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자.


스트레이트는 배달의 민족, 쿠팡, 쏘카의 업무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원인을 개별 기업 하나하나에서 찾지 않았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문제가 어떠한 근본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지에 대해 밝혔다.


플랫폼 노동은 형식적으로는 자유로운 계약처럼 보이나, 알고리즘의 기능이 실제로 콜을 받지 않으면 다음번의 업무를 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노무 제공자가 자발적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닌 강제된 동의를 하게 된다는 상황을 꼬집었다. 또한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계약관계를 만들기에 플랫폼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들을 외부화시키고 있는 점을 이야기했다.

스트레이트 플랫폼노동 편 권오성(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와의 인터뷰

스트레이트는 개별 문제의 나열로 영상을 끝내지 않았다. 많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어 이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였다. 기존 체험 형태의 기사들은 근본 원인은 쉽게 잊으며 개별 문제에만 집중했으나 스트레이트에서 2부작으로 제작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취재는 근본 원인까지를 확실히 짚어주었기에 더욱 호평을 받은 것이다. 스트레이트가 앞으로도 내용 구성과 보도 방식에 있어 ‘어떤 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여 더욱 발전을 거듭한다면 지금처럼, 혹은 지금 이상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피드백과 반성, 성찰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 ‘완전한 나의 잘못’ 같은 건 없다. 분명히 사회가 비정상적이기에 발생한 문제도 많다. 모든 것을 자기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혹은 엉뚱한 곳에 화내고 있지 말자. 분노해야 할 곳에 분노하자.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에 신경을 쓰자.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은 이러한 분노해야 할 지점들을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저널리즘의 중심에 있는 기자들이 만드는 ‘스트레이트’와 함께 내가 사는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곳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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