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 한방울, 고맙다는 말한송이

두피마사지가 선물해 준 오늘

by 다온홍쌤

수업 가방 맨 아랫칸에서 예전에 샵에서 쓰던 휴대용 두피마사지 기기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건 아니지만, 들고 다니며 쓰기엔 충분히 가벼운 녀석. 스위치를 올리자 낮은 진동이 손끝으로 번지고, 로즈마리 향 한 방울이 천천히 공간을 채웠다. “선생님, 오늘은 또 무슨 좋은 걸 가져오셨어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이 나를 둥글게 둘러싼다.

한 분의 머리결 사이로 조심스레 기기를 대고, 두개골의 굴곡을 따라 천천히 원을 그렸다. 관자놀이에서 정수리로, 다시 후두부로. 어깨가 스르르 풀리더니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아이고, 이 시원한 걸 왜 이제야…” 곁에서 기다리던 다른 분도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잠 잘 오겠다.” 그 한마디에 로즈마리 향이 더 진해진 듯했다.

사실 대단한 준비는 아니었다. 언젠가 어르신들께 쓰면 좋겠다 싶어 챙겨 둔 기기, 늘 쓰던 오일. 그런데 그 작은 배려에 어르신들은 겹겹이 “고맙다”를 얹어 주셨다.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맙고, 내 머리 만져줘서 더 고맙고, 우리를 생각해줘서 제일 고맙다.” 감사의 말이 포개질수록 내 마음이 더 부드러워졌다.

나는 30년 동안 얼굴을 만지고, 피부의 온도로 마음을 읽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안다. 기술이 위로가 되려면, 먼저 마음이 손끝에 닿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 어르신들이 내게 가르쳐 준 건 더 단순했다. 진동이 세지 않아도, 향이 화려하지 않아도, 천천히 머물러 주는 시간이 곧 선물이라는 것.

바쁘던 시절엔 같은 기기를 더 빠르게, 더 많이 돌리려 애썼다. 효과를 설명해야 했고, 결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오늘, 이 기기는 속도가 아니라 ‘머물러 줌’을 가르쳐 주었다. 로즈마리 향은 기억을 깨우는 향이라던가.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 손을 맡겨 주던 그 순간들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렀다.

수업을 마치고 인사를 드리는데, 한 분이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선생님, 머리도 마음도 시원해졌어요. 다음에도 같이 해요.” 나는 “제가 더 배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말이었다. 운동을 가르치러 갔다가 감사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돌아왔다. 로즈마리 향은 금세 옅어졌지만, 그 말은 종일 나를 향기로 감싸 주었다.

내일은 가방에 마사지볼을 하나 더 넣어 보려 한다. 좋아하시는 트로트 한 곡도 미리 준비해두고, “오늘 가장 좋았던 순간”을 함께 나눌 작은 시간도 마련해 볼 생각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손 닿는 곳부터.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나의 일을 직업 이상으로 만들어 준다는 걸, 나는 어르신들 곁에서 매일 배운다.

오늘도, 나는 두 손을 모아 작게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한 줄 요약: 휴대용 두피마사지 기기와 로즈마리 향, 작은 손길 하나가 어르신들의 “고맙다”를 불러오고 그 감사가 다시 나를 치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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