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정말 아프시다는 걸 실감했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 예배드리고 네 시쯤 올게요.
우유랑 카스텔라 드시고 계세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한 듯 미소를 지으셨다.
예배당 안에는 잔잔한 찬양이 흘렀다.
나는 오랜만에 마음이 평안했다.
하지만 그 평안은 집에 돌아오자 깨졌다.
문을 열자,
집안은 고요했고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동네 한 바퀴 나가셨나?”
순간 스쳤던 그 생각이
곧 불안으로 변했다.
엄마는 우리 집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낯선 동네, 낯선 길들.
“설마…”
남편은 괜찮을 거라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럴 수 없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따님이세요?
어머님이 길을 잃으셨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엄마는 다행히 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하셨단다.
그 목소리를 듣는데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엄마, 거기 계세요. 내가 지금 갈게요.”
차를 몰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한참을 돌아 도착한 곳.
햇살이 사라진 오후길,
엄마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작고 여린 어깨,
어디선가 잃어버린 시간처럼
그 모습이 낯설고 슬펐다.
그렇게 똑똑하던 엄마가,
나보다 늘 든든하던 엄마가
길을 잃어버렸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정말 아프시다는 걸 실감했다.
나중에 들었다.
혼자 사시던 시절에도
길을 잃고 택시를 타고 온 적이 많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조용히 무너졌다.
그동안 엄마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그 외로움을
나는 얼마나 모른 척했을까.
그날 밤, 특별새벽기도가 있었다.
목사님의 기도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주님, 연약한 자를 붙드소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엄마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하나님, 제발 엄마가
편안하게 웃으며 지내게 해 주세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속삭이듯 기도했다.
아마 그 순간의 나는
누구의 딸이기보다,
단지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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