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수업, 손끝에 남은 향기

백세운동 종강 후에도 유튜브와 작은 아로마 선물로 이어가는 시니어 디지털

by 다온홍쌤

종강의 온기, 유칼립투스 향기에 담다

한 학기를 함께한 백세운동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만나던 얼굴들.
처음엔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 올리시던 분들이 이제는 먼저 묻는다.

“선생님, 오늘은 뭐 배워요?”

그 변화가 참 좋았다.
몸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뿐 아니라, 표정이 달라지고, 목소리에 힘이 생기고, 서로를 챙기는 눈빛이 자라나는 시간을 나는 매주 지켜보았다.

그런데 종강이 다가올수록 자꾸만 아쉬움이 밀려왔다.
‘방학 동안 어르신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 유튜브에서 다시 만나면 되겠구나.”


70대의 첫 구독 버튼

마지막 수업 시간, 나는 운동 매트를 뒤로 밀어놓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늘은 몸 대신 손가락을 좀 써볼 거예요. 특별 수업입니다.”

어르신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운동 대신 스마트폰이라니. 하지만 곧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셨다.

유튜브 앱 여는 법부터 시작했다.
검색창을 누르는 법, 영상을 재생하는 법, 멈추는 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빨간 사각형.

“여기 이 빨간 버튼 보이시죠? ‘구독’이라고 써 있는 거요. 이걸 누르시면, 제가 올리는 운동 영상이 바로바로 뜰 거예요.”

김순자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이셨다.
잠깐의 정적 뒤, 화면에 ‘구독 중’이라는 글자가 떴다.

“어머, 됐어! 내가 했어!”

그 순간의 환한 웃음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70평생 처음 눌러본 구독 버튼.
화면은 작았지만, 그 버튼 하나가 어르신들의 세상과 디지털 세계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된 순간이었다.


손주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일들

유튜브만 알려드리고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일상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들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화면 밝기 조절, 글씨 크기 키우기, 사진 찍어서 보내기, 날씨 앱 확인하기.
하나하나 따라 하시다가, 이영숙 할머니께서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맨날 손주한테 물어봤는데… 미안해서요. 바쁜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물어볼 손주가 있다는 건 분명 복이다.
하지만 매번 “이거 어떻게 해?”라고 묻는 자신이 자꾸 작아지는 마음,
그 마음의 주름을 나는 안다.

그래서 오늘 수업의 진짜 목표는
‘손주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나씩 늘려 드리는 것이었다.

한 분 한 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설정을 바꿔 드렸다.
글씨가 커지자 어르신들의 표정도 함께 환해졌다.

“아이고, 이제 안경 안 써도 보이겠네!”

그 말 속에는 작은 자존감이 자라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향기로 전하는 안부

수업을 마치고,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투명한 롤온 용기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며칠 밤을 들여 만든 유칼립투스 롤온.
겨울만 되면 “감기 오면 어쩌나” 걱정부터 하시는 어르신들을 떠올리며,
호흡기를 시원하게 도와주는 유칼립투스 향을 작은 병 안에 꾹꾹 담아 두었다.

“이건 선생님이 직접 만든 거예요. 손목에 한 번 발라보실래요?”

롤온을 손등에 한 바퀴 굴리자,
맑고 시원한 향이 교실 안으로 퍼져 나갔다.

“아이고, 좋네. 이거 어떻게 만들어?”
“목 뒤에 바르면 더 좋아요?”

질문이 우르르 쏟아졌다.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사용법을 알려 드렸다.

“손목, 귀 뒤, 목 뒤, 또 숨쉬기 답답할 때는 가슴 위에도 살짝.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아, 선생님이랑 운동했지’ 하고 떠올려 주세요.”

그때 박경자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선생님, 고마워요. 우리, 잊지 말고 유튜브에서 꼭 또 만나요.”

그 손의 온기는, 교실 문을 닫고도 오래도록 내 손 안에 머물러 있었다.


끝이라고 쓰고, 시작이라고 읽는다

종강날, 하나둘 교실을 나서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머니에는 유칼립투스 롤온이,
스마트폰에는 방금 구독한 채널이,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함께 웃고, 함께 움직였던 시간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번 학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의 연결은 다른 모양으로 계속될 것이다.

유튜브 댓글로,
문득 떠올라서 켜보는 스트레칭 영상 속에서,
그리고 다음 학기 첫 수업 날,

“선생님, 영상 다 봤어요! 집에서도 혼자 했어요.”

라고 건네실 그 반가운 인사로.

종강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만나는 시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손목에 발라 둔 유칼립투스 향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오늘 잡았던 어르신들의 손, 함께 웃던 얼굴들이 그 향기와 함께 마음속을 맴돌았다.

나는 믿는다.
이 향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듯,
우리가 나눈 시간들도 오래, 오래 남을 것이라고.


시니어 교육 현장에서 내가 배운 것

백세운동 강사로 어르신들과 마주하며,
나는 기술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배우는 시간은 사실 ‘기능’이 아니라
“나는 아직 배울 수 있어요”라는 자기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운동 수업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면서,
“그래, 나도 아직 할 수 있네”라는 마음의 체력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연결은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연결은 언제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마음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종강은 언제나
다음 만남을 향한 조용한 약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