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늙지 않는다
엄마와 같은 방에서
오사카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엄마 옆자리에 앉았다. 딸들은 남편과 함께 앞줄에 앉았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와 나는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참 오랜만이었다.
결혼 후 엄마와 방을 같이 쓴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단 한 번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쩔 수 없이 그랬다. 그때 엄마는 한밤중에 자주 깼고, 나는 엄마의 작은 한숨 소리에도 눈이 떠졌다.
이번엔 달랐다. 우리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었다.
이게 뭐야?
"가영아, 이게 뭐야?"
엄마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가리키며 물었다. 타코야키였다. 어제도 먹었던 것이었다.
"엄마, 어제 먹었잖아. 문어 들어간 거."
"아, 그래? 난 또 처음 먹는 줄..."
가게 앞을 지나칠 때도 엄마는 물었다.
"저건 뭐 파는 데야?"
"화장품이요, 할머니."
큰딸이 대답했다.
"어떻게 쓰는 건데?"
"피부에 바르는 거예요."
딸아이는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했다. 마치 다섯 살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젊은 시절 약국을 운영할 정도로 똑똑했던 엄마. 동네에서 제일 예쁘고 멋지다는 소리를 들었던 엄마. 그 엄마가 이제는 매 순간 세상이 낯선 사람처럼 이것저것 묻는다.
처음엔 가슴이 시렸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엄마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저 궁금하면 물었다. 다섯 살 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으로.
나는 시니어 강사로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왔다. 그분들 중 많은 이들이 '모르는 척', '괜찮은 척' 하시며 스스로를 가두곤 하셨다. 나이가 들면서 자존심이 배움을 가로막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그런데 엄마는 달랐다.
모르면 묻고, 궁금하면 또 물었다. 그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손녀들이 가자니까
"할머니, 전망대 가볼까요?"
둘째 딸이 말했다.
"그래, 가자."
엄마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손녀의 손을 잡았다.
아이들은 할머니를 위해 이 여행을 준비했다. 어린 시절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오사카 성도 가고, 도톤보리도 걸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오사카의 전경을 함께 바라봤다.
하루 종일 엄마는 쉬지 않고 걸었다.
"엄마, 힘들면 호텔에서 쉬셔도 돼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아. 애들이 가자는데."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또 손녀들을 따라 걸었다.
나는 매일 어르신들께 운동을 가르친다. '꾸준히 걸으세요', '근력을 유지하세요', '활동적으로 사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를 보면서 깨달았다.
웰에이징의 핵심은 운동법이나 건강 수칙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손녀들이 가자니까 간다는 엄마의 그 한마디. 그 안에 웰에이징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숨어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저녁,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로. 나는 조용히 엄마의 신발을 벗겨드리고 이불을 덮어드렸다.
엄마의 작은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평화로운 소리였다.
나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엄마를 바라봤다.
하루 종일 '이게 뭐야?'라고 물으며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던 엄마. 손녀들이 가자면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따라다니던 엄마.
안쓰러웠다. 동시에 배우게 됐다.
엄마에게 배운 웰에이징
나는 23년간 피부 관리사로 일하다가 50대에 시니어 강사로 전환했다. 웰에이징을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정작 웰에이징을 실천하는 모습은 엄마에게서 배웠다.
첫째,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엄마는 매 순간 질문했다. '이게 뭐야?', '어떻게 쓰는 거야?' 자존심 때문에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엄마는 계속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마음.
손녀들이 가자니까 간다는, 그 단순하지만 강력한 동기. 사랑이 엄마를 움직이게 했고, 그 움직임이 엄마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셋째,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함께할 가치를 아는 것.
엄마는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것은 무리한 참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선택이었다.
같은 방에서
그날 밤, 나도 엄마 옆에 누웠다.
엄마의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고 고요한 숨소리.
나는 수많은 어르신들께 건강한 노후를 위한 방법들을 알려드린다. 하지만 오늘, 이 오사카 호텔 방에서 나는 학생이 됐다.
엄마가 나의 선생님이었다.
잘 늙는다는 것. 그것은 완벽한 기억력을 유지하는 것도, 절대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갖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계속 궁금해하고, 계속 사랑하고, 계속 함께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
나는 작게 속삭였다.
엄마는 대답 대신 작은 코 고는 소리로 화답했다.
나는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내일도 엄마는 또 물을 것이다. '이게 뭐야?'라고. 그리고 손녀들이 가자면 또 일어나 걸을 것이다.
그 모습이, 내가 배우고 가르쳐야 할 진짜 웰에이징이었다.
오사카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고, 우리는 같은 방에서,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웰에이징 #시니어라이프 #엄마와여행 #오사카여행 #건강한노후 #세대공감 #시니어강사 #가족여행 #50대일상 #함께늙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