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1991년 여름이었다.
그해 여름은 유독 뜨거웠다. 학력고사에 실패한 나는 재수생이 되었고, 친구들이 대학 캠퍼스를 누비는 동안 나는 독서실 창문 너머로 달라진 하늘을 바라봤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 하면 된다고. 인생이 이 한 번의 실패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그 여름, 인생은 내 생각보다 훨씬 큰 방향으로 꺾여버렸다.
아버지가 위암 선고를 받으셨다.
아빠는 나의 우주였다.
새서울약국 카운터 너머로 흰 가운을 입고 서 있던 아빠. 약봉지를 건네며 환자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그 얼굴.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만 들으면 세상이 다 괜찮았다.
무얼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 해봐"가 먼저였고, 힘들다고 하면 "아빠가 있잖아"가 먼저였다. 아빠의 존재는 그 자체로 방패였고, 슈퍼맨이었고, 내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런 아빠가, 병을 얻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이런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숨을 쉬고 있는데 숨이 막혔다. 아빠가 아프다는 말이 현실로 들어오는 데 한참이 걸렸다.
아빠는 당신이 떠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빠가 먼저 한 것은 내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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