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유튜브로부터 단단히 수혜를 입었다. 티켓이 비싸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탑클래스 연주자들의 공연은 한국에서 많이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열린다 한들 금방 매진되어 버리는데 내 집에 누워 그들의 예술세계를 탐하고 있다니 이건 호사가 맞다. 이게 아니면 내가 어떻게 조성진의 연주여행에 동행할 것이며, 어떻게 그의 손가락 테크닉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클래식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대 중반으로, 정서적안정을 크게 느껴서였다. 나는 음악을 삶에 더 끌어오고 싶어 여러 가지를 루틴에 편입시켰는데 클래식 FM을 끼고 살고, 몇 가지 악기를 배우고, 음악치료 대학원을 준비하고, 여러 아카데미를 찾아다녔다. 그동안 음악에 꽤 오래 관심을 가져왔는데 지식들이 어째 씨실과 날실로 튼튼히 엮이지는 않은 느낌이다. 아무튼 나는 현재 내 주파수에 맞는 최대한의 사치를 방구석에서 매일 무료로 즐기면서 유래 없는 정신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나는 요즘따라 특히 더 '직업인'으로서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부럽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한 그들의 예술성은 날로 성숙해지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남들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가가 되고 싶다. 내가 만들어낸 소리에 취해보고 싶고, 사람들의 감정에도 닿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성공한 날이었다. 쉬는 시간에 한 여학생이 슬며시 다가와 나에게 "선생님은 친절해요"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평소 조용한 아이인데 이 얘기를 꺼내느라 얼마나 큰 용기를 냈던 걸까. 모든 이가 내 진심을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알아봐 주는 사람이 어딘가엔 분명히 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나를 감격시킨 수줍은 그 아이처럼 아마 지금 그대 옆에서도 누군가 말없이 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