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얼스 노 프리 런치

no pay no gain

by 다온

요행은 없어

내가 38kg를 넘은 건 아마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출산한 지 일 년쯤 된 친구는 그것이 현재 자기 몸무게라고 했다. 안 그래도 말랐는데 일 년만에 만난 그녀는 얼굴뼈가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것은 육아 때문만 아니었다. 그녀는 원래부터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것은 네가 먹어야 할 것'이라고 누군가 앞에 차려놓지 않는 이상 스스로는 챙겨 먹지 않는데 이유 귀찮아서란다. 이번에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식탁 위에 놓인 롤케익을 보고 웬 거냐고 물으니 남편이 출장을 가면서 사다 놓고 갔단다. 이유가 눈물겹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아내가 굶어 죽을까봐 이거라도 먹고 있으라 했다나. 사람이 어떻게 먹고 싶은 욕구가 없을 수 있지? 보통은 살찔까봐 걱정하면서도 기어코 먹지 않나? 그녀는 사람들이 뭘 먹고 싶다고 느끼는 자체가 이해 안 된단다. 그러면서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 어떻게 하면 살찔 수 있어?

/ 너 같으면 살들이 너한테 가겠니?


나는 다이어트란 걸 할 필요가 없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런데, 먹었으니 살이 찌고 안 먹으니 살이 찔 수가 없는 건데 그게 한탄할 일인가. 물론, 먹어도 안 찌는 '축복'받은 체질도 있다. 새벽부터 자발적으로 요리를 할 만큼 먹는데 적극적인 나, 생명을 유지하는 선에서 주위 권유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는 친구. 결국 우리는 평생 몸무게 앞자리가 같아질 수 없다. 그런데 흡사 뼈밖에 없는 그 친구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 나보다 더 건강한 것 같다. 운동도 전혀 안 하고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지만, 어디 아픈 데도 없고 머리숱도 많고 멘탈도 강하고 아이도 둘이나 가볍게 순산했다. 한편, 나는 에너제틱하지만 티 안 나게 골골댄다.


뽀빠이 과자에 들어있는 별사탕처럼, 내 삶에도 요행이 주기적으로 나타나 주면 좋겠다. 그럼, 뻑뻑해진 내 마음도 스윗하게 풀어질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요행운이 징그럽게도 없다. 살면서 노력 없이 얻어진 게 있었나 싶다. 시험 볼 때 찍어서 맞춘 문제가 없고 길 가다 돈을 주워본 적도 없고 두세 번 사본 복권은 당연히 꽝이었다. 그 와중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널브러져 지내면서도 살도 안 찌고 건강도 지키고 싶다는 황당한 바람은 붙들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행으로 보이는 것들도 전후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동반하는 것 같다. 사실 이 친구는 금수저에, '말라서 좋겠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평소 아무 걱정 없어 보이지만 실제론 식욕을 현저히 저해시키는 큰 일 겪었고, 현재도 뭔가가 진행 중인 걸로 안다. 아, 인생엔 공짜가 말 없는 걸까.


콩 심은 밭에는 콩이 난다. 작황이 안 좋을 수는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심은 밭에는 아무것도 안 나는 게 정상이다.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 타고 날아와 내게 꽃이 되어주기도 하겠지만, 그런 '운'이 없다 해도 서글퍼하지 말자. 꽃은 아름답긴 하나 식량이 되진 못한다. 오늘 내가 갈아야 할 밭은 어디이고 거기에 심어야 할 콩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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