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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택하는 것도 재능이라

이탈리아 - 로마(Roma)

by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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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던 과목은 국사였어요.

역사를 다루는 과에 가고 싶었죠.

하지만 소녀의 현실감각은 날카롭게 살아있어

미래가 '불확실'한 분야를 '흥미 있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일 따윈 하지 않기로 했어요.

취미로도 다룰 수 있는 걸 밥벌이 삼다니요.

이런 취향을 누구에게 말한 적도 없고,

누가 충고를 해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지극히 '이성적'인 본인의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거죠.

소녀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목표한 바를 이룰 만큼 성적표도 뒷받침해 주었고요.

그런데 수능 막판에 어그러졌어요.

그래서 차선을 택하게 되었죠.


그녀는 대학생이 되었고

3학년 여름방학 때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로마 시내의 어느 흔한 발굴 현장에서 세 명의 여인을 보게 됩니다.

살인적인 햇볕 아래 안전모 하나만을 걸치고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빡빡한 학업 스케줄에 숨이 막히고 장차 큰 시험도 앞두고 있던 대학생은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재밌을 것 같다'

'본인들도 재밌을까?'


학생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한참 자리를 못 떠났습니다.

학생은 직장인이 되었어요.

더 어른이 된 것이죠.

여인은 차곡차곡 직장생활을 해나갔습니다.

사이사이에 자아실현이라는 것도 하면서요.

하지만 뭐, 밥벌이란 쉬운 게 아니죠.

여인은 십 수년이 지나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냥, 해볼 걸 그랬나?'

'했으면 어땠을까?"


'미래 가능성'이란 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보는 폭이 지금과 같았다면

여인은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어도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확실'한 길이라 생각하는 우는 범친 않을 테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명확한 것과 모호한 것,

가야 하는 길과 추구하는 바,

이것들의 경계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


그래도,

못 가본 길은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니

부러워도 말고 자책도 말아요.

열심히 살아왔잖아요.

다가올 삶도 기대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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