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되면 되게 해 봐, 거봐 되잖아

카타르 - 도하(Doha)

by 다온
SAM_0166.JPG
SAM_0186.JPG
SAM_0191.JPG
SAM_0170.JPG
SAM_0226.JPG
SAM_0267.JPG


인천에서 아프리카발 비행기를 탄 게 두 번인데

둘 다 카타르항공을 탔어요.

저의 최종 목적지가 르완다와 보츠와나였는데

거기까지 들어가는 회사가 드문 데다

5성급에 합리적인 가격이니 선택의 고민이 없었죠.

도하 하마드(Hamad) 공항은 쾌적하기까지 하답니다.


저는 장거리 비행에 직항보다 경유를 선호해요.

빠른 게 비싸이기도 하지만,

비행기에 오래 갇혀 있는 게 싫고

오가는 길에 한 군데라도 더 들르고 싶어서요.

첫 비행 때 반나절 이상의 레이오버 시간 동안

저는 도하 시내를 구경했어요.

30달러(2013년 기준)만 내면 바로 입국이 가능하니 여행자 측도 간편해서 좋고 비자 수입도 쏠쏠하겠네요.


공항 입구는 호객 중인 택시기사들로 시끄러웠어요.

저는 '착해 보이는' 젊은 분과 가격을 협상하고 관광에 나섰습니다.

안 해도 랜드마크 몇 곳에 데려다주더라고요.

제가 그분의 신원 확보를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 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용기 있었구나, 싶어요.

도로 이동 중에 저기가 본인 집이라며 차 한잔 하고 가지 않겠냐 거예요.

No라고 딱 잘라 말하니 가던 길 가더라고요.

원래 제가 카리스마 있단 얘길 종종 듣는데

경계심이 있었으니 아마 말투가 더 세게 나갔을지도요.

아무튼 그 한마디 빼곤, 내내 친절하고 편한 젊은이였어요.


짧았던 도하 나들이는 유익했어요.

건물이 전부 모래색이라 사막 국가 실감이 났고,

거대하고 정돈된 예술박물관(Museum of Islamic Art)에서 이슬람 국가인 게 실감났고,

전통시장인 수크 와티크(Souq Waqif)는 오전이라 상점들이 닫았지만 국기가 많아서 카타르 실감이 났고,

생수보다 기름이 싼 걸 보고 오일 국가 실감이 났고,

명품샵에 곤돌라까지 완비한 빌라지오(Villagio) 쇼핑몰에선 부자나라인 게 실감났어요.


그런데 여기가 중동임이 전혀 실감 안 나던 순간도 있었어요.

도하 항구에서 멀리 신도시 스카이라인을 바라볼 때 가장 그랬어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없네요.

사막에 마천루라뇨!

오일머니의 업적이긴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한 인간의 기술력이 참 대단합니다.

모래 위에 성을 쌓았네요.

아주 튼튼하고 멋지게요.


생각난 김에,

전능자가 있다면 투정 한 번 부려보고 싶군요.

우리도 자원하나 주시지 왜 '인적'자원만 주셨냐고요.

그래도 한국 회사가 옆 석유국의 부르즈 할리파를 지은 건

꽤나 어깨에 힘 들어가는 일이긴 해요.


초등학교 때 왜 그리 가훈 조사를 자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이나 남의 집이나 '하면 된다'가 많았어요.

하지만 우린 크면서 알게 되죠.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요.

심지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참 해도 너무하네, 싶을 때도 있지만

남이 어떤 한계 너머로 이룩한 성과들을 보면

거기에 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정답이 어딨겠어요.

너무 열심히만 사는 것도,

너무 열심히 안 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때마다 본인 양심에 맞게 살면 되겠죠.

그런데 가끔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답답할 때가 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