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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일본 - 미야자키(Miyazaki)

by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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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호카곶 바다가 준 그 가슴 시원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저는 이후 여행지를 정할 때도 그런 망망대해를 수소문했습니다.

좋았으면 다시 가보면 되지, 싶으면서도

현재까지 저의 여행 원칙은 안 가본 곳에 가는 것이거든요.

세상은 넓고, 시간과 돈은 요만큼이고, 세계여행이 불변의 목표인 이상

일개 직장인으로서 제가 택한 배낭 스타일이 그러합니다.

제가 일 년에 한 번은 잠시라도 한국을 떠났다 온다는 걸 아는 이들은

외국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많이들 묻는데요,

그럴 때마다 제 대답은 시원찮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감수성이 폭발하는 성격이라

저의 감상이 남들과 다를 때가 좀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여행지가 좋았든 안 좋았든

돌아와서 보면 일상에서 벗어났던 그 자체만으로

이미 제 머릿속에선 다 환상의 나라로 기억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언젠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온다면 다시 찾아갈 곳들이

마음속에 순위 매겨져 있긴 해요.


본론으로 돌아가,

유럽 대륙 서쪽 끝에서 느꼈던 그 가슴 벅참을 기대하며 선택한 곳 중 하나는

일본 규슈 남동쪽에 위치한 미야자키였어요.

지도를 보니 전면이 태평양이더군요.

여기라면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시야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는,

오직 바다의 광활함만이 살아숨쉬는 그런 곳에 닿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그런데다 내 나라 가까이라니!


저는 버스 1일권으로 미야자키를 여행했어요.

이런 자유이용권은 정말 기쁨입니다.

교통비 겁낼 필요가 없으니

혹시 차를 잘못 탔다 해도

갑자기 다른 곳에 가고 싶다 해도

발길이 가볍거든요.

그날은 시내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긴 시간을 달렸고

실수나 충동 없이 계획대로 세 곳을 둘러보았어요.


하나.

니치난 해안 절벽에 세워진 우도신궁은 신전이 동굴 속에 있어요.

칸쵸처럼 생긴 나무 조각 5개를 100엔에 파는데

이걸 던져 거북바위의 홈에 골인시키면 소원이 이루어진답니다.

'운타마'던지기라 하고 이곳의 명물인데

저는 원래 어딜 가든 이런 거 안 합니다.

돈도 아깝고, 잘 맞추지도 못하고, 맞춰도 행운이 올까 싶거든요.

그런데 그때 혼자 온 한국 여행객과 서로 사진을 찍어줬었어요.

한 번 해보라며 제 것도 사왔더라구요, 천 원인데 뭐 어떠냐면서요.

결과적으로 저는 던졌고, 실패했고, 소원은 여전히 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의로 이런 걸 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듯합니다.


둘.

이오시마는 섬 전체가 신사예요.

육지에서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걸어 들어갑니다.

'도깨비 빨래판'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지형이 해안에서 육안으로 보입니다.


셋.

저를 이 일본 외딴곳으로 불러들인 주인공,

바로 선멧세 니치난(Sun Messe Nichinan)입니다.

잘 가꾸어진 테파파크로, 여기는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해요.

일본이 지진으로 무너진 칠레의 모아이 복구지원에 앞장섰는데

이스터섬의 장로회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에서의 모아이상 건립을 허가했다고 해요.


와우!

관광정보에 나왔던 대로 이곳에선 광대한 태평양을 볼 수 있었어요.

드넓고 푸르렀어요.

보너스로, 참으로 이국적인 7개의 거대한 석상들도 보게 되었죠.

제가 남아메리카 땅은 아직 못 밟아봤는데 의외의 수확이었어요.


그런데,

왜 이리 허전하죠?

고대하던 그 느낌이 아니네요.

이 훌륭한 자연과 인공물 앞에서

저는 왜 이런 감정인 거죠?

한껏 부푼 마음에 누가 슬쩍 바늘구멍을 낸 것 같았어요.

당연하죠.

제가 원했던 그 오리지날이 아니었으니까요.

분명, 그 정돈된 풍경은 참 아름다웠는데 말입니다.


사실 제가 평소에도 그렇긴 해요.

원하는 게 명확한데 어떤 사정으로 그 아류를 택하게 되면

충족이 안돼요.

먹고 싶은 게 A사 제품인데 거의 비슷한 맛이라고 B사를 먹어봤자

입맛만 버린다는 거죠.

일할 때도 그렇고, 일 아닌 것도 그렇고요.

대충대충 하고 싶은데 그냥 못 넘어가는 것들이 있어요.

저도 알아요, 인생 피곤하게 산다는 걸요.


원하는 건 왼쪽에 있지만 아무리 봐도 오른쪽이 더 쉬워 보일 때가 있어요.

몸과 마음이 반대편으로 향하는 순간 내적 갈등은 고조되지만

인생이 하루 이틀인 것도 아니니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야죠.

하지만 마음 가는 쪽이 옳은 방향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거 저거 재고 따질수록 제자리걸음을 못 벗어나고요.


내 감정의 소리에 흔쾌히 발맞춰야겠어요.

음..그런데 양심상 이 말은 해야겠네요.

이와중에도 지금 머릿속은 무언가에 대해

이럴까저럴까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쁘다는 걸요.

반성은 합니다만,

사람은 원래 변하지 않잖아요.

뭐, 차차 나아지겠죠.

사실 지금도 많이 좋아진 거거든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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