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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끝까지 삐딱해야 돼

이탈리아 - 피사(Pisa)

by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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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 내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동네는 한가하고도 흔한 풍경이네요.

코너를 돌자 오늘의 주인공이 저 멀리 타났어요.


여기 혹시 테마파크인가요?

책과 티비와 인터넷에서 보던 그대로네요?

착시현상 아니죠?

제주도 도깨비도로 같은 착각 아닌 거 맞죠?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요.

사람들은 다들 같은 포즈로 인증샷을 찍고 있어요,

슈퍼맨이 하던 대로요.

그 기세로 다 함께 힘을 합

지구도 들 수 있 것 같군요.


사탑(Leaning Tower)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탑을 말해요.

자연적인 것도 있고,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도 있죠.

전 세계적으로 사탑은 매우 많아요.

그중 피사에 있는 게 제일 유명하고요.

피사 하면 사탑, 사탑 하면 피사.

그래서 고백하자면,

사탑이란 게 피사의 그것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인 줄 알았어요.

솔직히, 너무 독보적이잖아요.


피사의 사탑(Leaning Tower of Pisa)은

부실한 지반 때문에 공사 중 탑이 서서히 기울어서

오래 쉬었다 재개하기를 반복,

완성까지 20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현대로 오면서 기울기가 심각해져

11년 동안 보수공사를 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어요.

앞으로 200년은 거뜬할 거라네요.


그런데 좀 당황스런 일도 생겼어요.

지반 강화 작업이 너무 잘됐던 모양인지

탑이 서서히 반듯해지더래요.

붕괴위험에서 벗어난 건 다행이지만

그런 그림까지 원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이게 똑바로 서버리면

다른 건축물과 다를 게 없어지니

그럼 이 구역 산업생태계에 위협이 되겠죠.

이미 다녀온 이들에겐 추억을,

아직 못 가본 이들에겐 기대를 주니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그 5.5도 기울기는

영원해야겠네요.


계속 삐딱해줘.

넌 삐딱한 게 어울려.

너의 삐딱함이 우리에겐 정답이야.


가만있자,

삐딱선을 타는 듯한 이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군요.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싶을 땐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봐야겠어요.

시선이 바뀌면 더 관대해질지 모르니까요.


무른 땅은 탑이 기운 이유가 됐지만

지진으로부터 탑을 지켜준 것 또한 무른 땅이었습니다.

충격을 흡수해버린 거죠.

나를 든든히 받쳐주는 배경을 꿈꾸나요?

사실, 금수저 소유욕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연약하고 유연한 바탕이

나를 나되게 해주었단 거겠죠.

흔들릴지언정 절대 무너지진 않게 해 준 토양 말예요.


곧게 뻗은 에펠탑도 멋있고

비스듬히 뻗은 이 탑도 멋있아요?

러니까, 우리도 다 멋지다는 겁니다.


Cheer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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