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이후][5]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한 날

오늘도 아무것도 못 했다고, 나를 탓했다

by 조각 위의 다온
요즘, 내 안에 두 사람이 자주 싸운다.
한 사람은 무너졌고, 다른 한 사람은 냉정하다.
마음이 다치면 눈에 보이지 않기에, 나조차 그 상처를 외면하려 들었다.
오늘은 그 둘 사이에 앉아,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 오늘 아무것도 못 했어..."


무너진 내가 말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었지만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단어 몇 개만 붙잡고

계속 맴돌았다.



"그래놓고 왜 힘들다는 거야.

진짜 어이없다."


냉정한 내가 쏘아붙인다.


"하루 종일 있었잖아.

밥도 먹었고, 글 쓸 시간도 있었고,

그렇게 뒹굴 시간도 있었잖아."


"그냥... 밥도 겨우 한 끼 먹고,

쓰다 울고... 그게 다였어."


"웃기고 있네.

그럼 누가 대신 살아줘?"



그 말이

뇌를 탁, 친다.


나는 입을 다물고

눈을 피하고

그저 손만 조용히 쥔다.


"나도....... 나도 나한테 화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근데, 진짜 너무 힘들어..."


그 말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아침에 눈뜨는 게 제일 무서워.

또 아무것도 못 할까봐."


잠깐, 침묵이 흐른다.


"이게 진짜야.

내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는 걸

나도 알아.

근데, 나 혼자서는

이걸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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