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이후][2] 조용히 가라앉는 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무너지고 있었다

by 조각 위의 다온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손끝도, 눈동자도, 마음도

전부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방은 고요했지만, 머릿속은 웅웅 울렸다.

"뭐라도 해, 이제는 움직여야지."

"하루를 이렇게 또 흘려보낼 거야?"

그런 말들이 떠돌다가, 이내 멀어졌다.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 숨이 막혔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아주 큰 감정도 아니었고,

격렬한 울음도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면 조금은 평온해질지도 모른다는 마음.


알아.

사람들은 다 치열하게 산다는 걸.

삶은 원래 버거운 거고,

다들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는 말하겠지.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말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고,

"참 나약하고 팔자 좋은 소리"라고.


그래서 나는,

위로조차 바라지 않았다.

어떤 말도, 어떤 따뜻한 손도

나를 진짜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외로웠고,

말한다고 해도 더 외로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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