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는데,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손끝도, 눈동자도, 마음도
전부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방은 고요했지만, 머릿속은 웅웅 울렸다.
"뭐라도 해, 이제는 움직여야지."
"하루를 이렇게 또 흘려보낼 거야?"
그런 말들이 떠돌다가, 이내 멀어졌다.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자꾸 숨이 막혔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아주 큰 감정도 아니었고,
격렬한 울음도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면 조금은 평온해질지도 모른다는 마음.
알아.
사람들은 다 치열하게 산다는 걸.
삶은 원래 버거운 거고,
다들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는 말하겠지.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말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고,
"참 나약하고 팔자 좋은 소리"라고.
그래서 나는,
위로조차 바라지 않았다.
어떤 말도, 어떤 따뜻한 손도
나를 진짜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외로웠고,
말한다고 해도 더 외로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