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기 전부터, 이미 어딘가 금이 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감정이 무너진 건, 단지 취업 탈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며칠 전,
오래전 트라우마가 우연히 다시 열렸고
나는 그걸 또 꺼내지 않고 덮어두기만 했다.
이미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무너졌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눈이 퉁퉁 부어 통증이 하루 넘게 이어질 정도였지만
나는 그걸 또 묻고,
억지로 자소서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다 탈락 통보 한 통을 받았다.
아주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아니었고,
이 정도에 이렇게 반응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 한가운데가 조여 오고,
양치하다가 머리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스트레스를 정말 심하게 받았을 때만 올라오던 통증이었다.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번 자극은, 사실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멍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느 지점까지 무너져 있었는지,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나는 알았다.
내 안의 경고등이 또 켜졌다는 걸.
'이 정도 일에도 이렇게 무너지다니.'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맴돌았다.
내가 너무 약한 건 아닐까,
이럴 거면 차라리 한 번에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무심하게 스쳐갔다.
그 순간, 알게 됐다.
아무렇지 않게 지내온 줄 알았지만
내 안의 감정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풀린 적이 없었다.
나는 그걸,
지금까지도 무심히 껴안은 채 살아왔던 거였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쓰러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말처럼 조용히 쓰러져버린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아주 큰 충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너졌다는 건,
아마 그전부터 마음 어딘가에
천천히 금이 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저, 오래도록.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그러다 작은 충격하나에도
마음이 조용히, 완전히 내려앉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하나씩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너진 마음 사이로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감정들은
너무 조용해서,
그동안 내가 듣지 못했던 목소리들이었고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이제는 나도 잊은 줄 알았던 마음들이었다.
나는 그제야,
아주 천천히,
그 마음들을 글로 꺼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