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대화#1 - 두 목소리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걸까?
아니면 그냥, 현실을 피하고 싶은 걸까?
별일 아닌 듯 떠오른 질문 하나가
자꾸 마음을 건드린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조용한 두 목소리가 부딪힌다.
[감정]
나 그냥... 조금만 숨 쉬고 싶었어.
[이성]
숨 쉬는 것도 좋지.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자소서 하나라도 더 써야 하는 거 아니야?
[감정]
나도 알아.
근데 그때는, 밤낮도 없이 눈물이 났어.
억지로 울음을 밀어 넣고 자소서를 붙잡아보기도 했는데,
정신 차려보면 하루가 다 가 있고.
늦은 밤, 이제 좀 자보려고 누우면 그제야 또 울컥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해볼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 싶었어.
무너지고 나서야 알겠더라.
내가 눌러왔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마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자꾸 그 마음에 걸려 넘어졌다는 걸.
그걸... 글로라도 꺼내보면
조금은 나아질까 싶었어.
확신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라도 해보려고 했던 거야.
[이성]
그게 정말 너한테 '필요한 일'이야?
아니면 그냥, 현실을 밀어 두려는 핑계일 뿐인 거야?
[감정]
...그 질문, 나도 계속해.
"이건 도피 아닐까?"
"지금 이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생각이, 계속 올라와.
그럴 때마다 나도 헷갈려.
정말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
[이성]
그래서, 계속 쓸 거야?
[감정]
....그래도 써보고는 싶어.
이게 나를 살리는 일인지,
아니면 현실을 밀어놓은 채 도망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마음이 자꾸 뭔가를 말하려 하거든.
그걸 그냥... 들어주고 싶어.
지금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서.
지금의 나는,
확신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그 중간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와 대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