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이후][6-외전] 감정과 이성의 대화:도피일까?

감정의 대화#1 - 두 목소리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by 조각 위의 다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걸까?

아니면 그냥, 현실을 피하고 싶은 걸까?

별일 아닌 듯 떠오른 질문 하나가

자꾸 마음을 건드린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조용한 두 목소리가 부딪힌다.



[감정]

나 그냥... 조금만 숨 쉬고 싶었어.



[이성]

숨 쉬는 것도 좋지.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자소서 하나라도 더 써야 하는 거 아니야?



[감정]

나도 알아.

근데 그때는, 밤낮도 없이 눈물이 났어.

억지로 울음을 밀어 넣고 자소서를 붙잡아보기도 했는데,

정신 차려보면 하루가 다 가 있고.

늦은 밤, 이제 좀 자보려고 누우면 그제야 또 울컥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해볼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 싶었어.


무너지고 나서야 알겠더라.

내가 눌러왔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마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자꾸 그 마음에 걸려 넘어졌다는 걸.


그걸... 글로라도 꺼내보면

조금은 나아질까 싶었어.

확신은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라도 해보려고 했던 거야.




[이성]

그게 정말 너한테 '필요한 일'이야?

아니면 그냥, 현실을 밀어 두려는 핑계일 뿐인 거야?



[감정]

...그 질문, 나도 계속해.

"이건 도피 아닐까?"

"지금 이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생각이, 계속 올라와.

그럴 때마다 나도 헷갈려.

정말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



[이성]

그래서, 계속 쓸 거야?



[감정]

....그래도 써보고는 싶어.


이게 나를 살리는 일인지,

아니면 현실을 밀어놓은 채 도망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마음이 자꾸 뭔가를 말하려 하거든.


그걸 그냥... 들어주고 싶어.

지금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서.





지금의 나는,

확신도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그 중간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와 대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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