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2] 익숙한 길 위에서 낯섦과 마주하다

② 어렴풋한 기억 속을, 나는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by 조각 위의 다온

상담실은 강남역 근처에 있다.

예전 회사가 있던 곳이라,

출퇴근하며 익숙하게 지나던 거리였다.


그때는 그저 '출근길의 일부'였는데,

오늘은 그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지하철 안에 서 있는 나 자신조차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문이 열리고,

내리려는 사람들과 타려는 사람들이 뒤섞였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

회사 다니던 시절의 출근길이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끼여 겨우 발 디딜 틈을 찾던 아침.

지하철 문 앞에 서서,

몇 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몸을 밀어 넣던 저녁.


여유도, 숨 쉴 틈도 없던 시간들.


그때의 숨막힘이

오늘 다시,

익숙한 풍경처럼 나를 덮쳐왔다.


오늘은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강남역은 여전히 붐볐다.

회사원, 관광객, 학생,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그 안에서 나는

다시 한번, 지치는 기분을 느꼈다.


상담실이 몇 번 출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9번이었는지, 10번이었는지.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하철 통로는 너무 붐볐고,

그 복잡한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설 여유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어렴풋한 기억에 몸을 맡겼다.

9번이라는 숫자가 조금 더 익숙하게 느껴져

일단 그쪽으로 걸었다.

혹시 아니면,

그때 다시 확인하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맞는 출구였다.


밖은 여전히 더웠지만

조금 덜 헤매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어쩌면,

희미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던 익숙함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익숙하고 낯선 거리 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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