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있던 건 몸이었을까, 마음이었을까

살이 빠진 줄 알았는데, 비워진 마음만 남아 있었다

by 조각 위의 다온

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는 참 열심히 운동했다.

몸매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몇 개월 동안 속이 계속 안 좋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늘 더부룩했고,

자주 메스껍고 울렁거렸다.

그렇게 참고 지내다 결국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

"스트레스받는 일 있어요?"


건성으로 툭 던진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그 무심한 한마디가,

내가 겪고 있는 통증의 정체를

먼저 알아차린 것만 같았다.


증상이 몇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고 하자,

선생님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위내시경에서는 약간의 역류성 식도염이,

복부 초음파에서는 쓸개에 돌이 발견됐다.


누군가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던데,

나는 그 시기 내내 속이 불편했고,

늘 체한 사람처럼 지냈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내 몸은 조용히, 꽤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검진 결과를 들은 날,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심각한 병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만이 아니라, 몸도 조용히 어디선가 삐걱거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날 이후,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다시 끌고 나가 뛰었고,

주말엔 유튜브를 틀어놓고 홈트를 따라 했다.

좋아하던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도 줄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았다.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체중은 겨우 2~3킬로그램 줄었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했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구나.'

그 사실 하나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퇴사를 한 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2킬로그램이 더 빠졌다.


운동도 하지 않았고,

밥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다시 누워 있는 날들이 이어졌을 뿐인데.


살은 빠졌지만,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사실, 특정한 목표 체중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씩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그래도 나아지고 있는 거겠지'하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그 숫자를 마주한 순간,

오히려 마음은 더 공허해졌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버티기 위해

몸이라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마지막으로 남은 방어선이었나보다.


그리고 지금은,

애써 붙잡고 있던 것마저 놓아버린 기분이다.

살이 빠진 게 아니라,


마음이 비워진 자리에

내가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살아보겠다고 몸부터 붙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의 발버둥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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