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 오랜만의 바깥

① 37도의 여름, 바깥으로 나서는 일

by 조각 위의 다온

오늘, 오랜만에 집 밖을 나섰다.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나갔던 날이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 있었다는 어렴풋한 느낌만 남아 있었다.


사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밖에 나가는 일은, 언제나 조금 피곤하다.

오늘은 특히 더 그랬다.


최고기온이 37도, 폭염경보까지 내려진 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밖에 나갈 이유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상담이 8월 1일까지밖에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야했다.


집 안은 좋았다.

아무도 없었고,

조용한 공간에서 편히 숨 쉴 수 있었다.


그 공간에서 나오는 일이

왜 이렇게 번거롭고 싫게 느껴졌을까.

귀찮아서 싫었던 걸까,

싫어서 귀찮게 느껴졌던 걸까.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손질하지 않은 채로

그냥 모자를 눌러썼다.

양산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밖은 뜨거웠다.


양산을 폈지만

공기 자체가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다행히 습하지는 않아서

숨이 막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지하철역까지는 꽤 걸어야 했다.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자전가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

모자챙이 시야를 가려

피하려고 고개를 조금 더 들었는데,

그 순간, 햇빛이 정면으로 눈을 덮쳐

시야가 잠깐 흐려졌다.

그때 문득,

"아, 내가 진짜 밖에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 중, 나도 모르게

큰 숨이 들이쉬어지고,

크게 내쉬어졌다.

처음엔 더운 공기 때문인가 싶었다.

더운 열기에 숨을 잠깐 참고 있었던 걸까,

그게 한꺼번에 터져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원한 지하철역 안에 들어선 뒤에도

다시 한번, 깊은숨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아주 작게,

조심스럽게만 쉬고 있었던 걸까.


오랜만에 마주한 바깥 풍경은

이전과 별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차는 빠르게 지나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만 잠깐 멈춰있던 것 같았다.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대는 순간,

1,550원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지하철을 탔을 땐

1,450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 작은 차이가

내가 꽤 오랫동안

바깥과 멀어져 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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