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5] 작은 챙김

⑤ 그날의 밥 한 끼, 그날의 청소

by 조각 위의 다온

집에 도착해서도

상담실에서 들은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살 빠지셨어요?"

그 말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하루 한 끼로 버티는 날이 너무 오래되어 있었다.

밥을 챙겨 먹는다는 건

언제부턴가 나한테는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나를 계속 몰아붙여 왔다는 것도,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사실, 예전부터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었다.

내가 나를 잘 안 챙기고 있다는 걸.

계속 뭔가에 쫓기듯 지내고 있었고,

늘 힘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마음들을 그냥 지나쳐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마음이 스쳤다.


'오늘은 조금, 나를 챙겨볼까.'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그냥 그 순간,

그런 마음이 조용히 올라왔다.



냉장고를 열어,

며칠 전 50%나 할인해서 사두었던 채소쌈을 꺼냈다.

상한 건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가며 흐르는 물에 씻는데,

손등에 물이 닿는 감촉이 이상하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냉장고에 있던 고기도 꺼내,

작게 자른 뒤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잠깐 동안, 돌아가는 접시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크게 손이 가는 식사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뭔가를 제대로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싱크대에 하얗게 굳은 물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터 봐왔던 것들이었지만,

'나중에 해야지'하며 미뤄왔던 자리들.


오늘은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수세미로 물때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하얗게 말라비틀어져있던 물때들이 조금씩 지워지자,

군데군데 녹이 슨 자리가 드러났다.

그 자리에 치약을 짜서 수세미로 문질렀다.

빡빡 문질러가며, 점점 지워지는 녹을 보니

왠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반짝이는 싱크대를 보며,

뭔가 나도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뤄뒀던 청소를 하느라 몸은 지쳤지만,

나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이 내가 정했던 글을 쓰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 걸까.

이대로 몸을 뉘이기엔 아쉬웠다.


전에는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깝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쉬움"이었나 보다.

오늘, 나는 그 차이를 새삼 느꼈다.

그 아까움 안에, 끝내 다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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