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① 덮어뒀던 내면의 무게
오랜만에 상담실이었다.
익숙한 문이 열리고,
선생님은 늘 그러시듯
조용히 웃으며 나를 맞았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다온 씨."
선생님이 그렇게 인사하셨을 때,
나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저번에 뵌 게 언제였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나도 모르게 잠깐 멈칫했다.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고,
그리고 집 밖으로 나선 게
도대체 언제였더라―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캘린더를 넘겨보며 말했다.
"거의 20일 만이에요."
그제야 알았다.
상담을 받지 않은지,
그리고 집 밖으로 나서지 않은지
그렇게 오래됐다는 걸.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상담 때마다 들었던 익숙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말이 조금 아프게 느껴졌다.
대답을 꺼내기도 전에,
선생님이 내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말씀하셨다.
"어머, 살 더 빠지셨죠?"
나는 짧게, "네..."하고 대답했다.
"살은 일부러 빼시는 거예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잠시 머뭇거렸다.
"… 음… 그게…"
말을 트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려던 마음과
아무렇지 않았던 적 없는 현실이
그 짧은 숨 사이에서 부딪혔다.
한동안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상담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나는 겨우 감정을 꾹 눌러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요.
취준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까,
식비라도 아껴보자고 생각해서…
한동안 하루에 한 끼만 먹은 적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끝냈을 때,
그제야
내가 왜 울었는지
조금씩 감이 왔다.
단지 하루 한 끼만 먹어서가 아니었다.
그동안 꾹 눌러뒀던 것들이
이미 안에서 차오르고 있었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그게 그냥,
툭 하고 터져버린 거였다.
트라우마,
탈락,
무너졌던 날들.
그 모든 걸 꾹꾹 눌러 안고 있다가
결국, 오늘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흘러나온 거였다.
그날 상담에서,
며칠 전에 올라왔던 트라우마 이야기와
그 이후 있었던 취업 탈락 이야기까지 함께 꺼냈다.
선생님은 내가 왜 그렇게 무너졌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물으셨다.
"그 트라우마 상황이 다시 떠올라서 힘드셨어요?
아니면, 그때의 주변 환경이나 감정이 같이 올라온 걸까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숙인 채,
잠깐 멈춰서 생각했다.
그 순간,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날의 기억,
그때 느꼈던 무력함.
계속해서 밀려오는 눈물까지.
"……전부요."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 감정은 끝내 말로 다 표현되지 못했다.
※ 이 글은 브런치북
<죽을 용기는 없어서, 사는 중1>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