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쉬어도 된다는 말을, 나는 나에게 해주지 못했다
상담실 문을 나서는 순간,
바깥공기가 몸을 훅 덮쳤다.
선선한 에어컨 바람이 머물던 감각은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바뀌었다.
식어 있던 감정이
다시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말들이 머릿속에 아직 맴돌고 있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나를 다시 집어삼켰다.
몸에 닿는 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막 상담을 마치고 나온 여운 때문이었을까.
엉켜 있던 생각들이
천천히, 동시에 갑작스럽게 밀려들었다.
걸음을 옮기던 중,
문득 낯선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왜, 퇴사하고도 나를 쉬게 하지 못했을까.'
고작 닷새.
딱 닷새만 쉬고,
6월부터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게 너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연함 안에는
'쉬면 안 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일어나자마자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자소서를 붙잡는 날들이 반복됐다.
조금 더 쉴 수도 있었는데.
왜 그걸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을까.
왜 '쉼'이라는 선택조차
죄책감처럼 느껴졌을까.
만약 글쓰기를
6월쯤에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현실에 쫓기듯 쓰진 않았을 텐데.
도망처럼 느끼는 게 아니라,
회복에 가까운 마음으로
조금 더 편하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글을 쓰는 일도 더 자연스럽고,
마음도 덜 불편했을까.
그리고 또,
직무 전환을 조금 더 일찍 생각했더라면.
스물여섯,
아니, 스물여덟쯤이라도.
그랬다면 선생님 말처럼
원래 하던 일로 잠깐 돌아갔다가
다시 도전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순 없지만,
그 질문들은
상담이 끝난 뒤에도
조용히 마음 어딘가를 건드리고 있었다.
쉬지 못한 나,
늦게 돌아선 나,
그리고 여전히 두려운 지금의 나.
그 생각들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