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먼저 멈춰 섰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 마음이 다 써졌던 건 아니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지.'
이성이 그렇게 말했고,
나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랜만에 노트북을 덮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뒷목이 뻐근했고,
어깨와 허리, 등줄기까지 묵직하게 당겨왔다.
앉아 있는 자세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누워있거나 차라리 서 있는 편이 나았다.
목이 이렇게까지 무거웠던 게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도저히 이 상태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결국,
현실로 돌아오기로 한 첫날부터 취준은 시작되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는 하루가 되었다.
이튿날까지 반나절을 내리 잤다.
그렇게 이틀, 사흘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글에서 돌아온 마음보다
글에서 돌아온 몸을 먼저 회복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그 2주 동안 하루에 두 시간쯤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글에 몰입해 있었다.
마침표 하나, 문장 하나 붙잡고
몇 시간이고 버티던 시간들.
몸이 상할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 몰입은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몸도 좀 신경 쓰면서 할 걸…'
늦은 후회도 잠시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무겁지 않았다.
몸은 분명 아팠지만,
어딘가 가볍고, 조용했다.
이성도 잠잠했다.
처음엔 "이제는 슬슬 시작해야 하지 않겠어?"
말을 꺼내려했지만,
내 몸 상태를 확인한 뒤엔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뜻밖에도,
감정이의 조용한 승리였다.
몸이 멈춰버린 건 아쉽고 겁나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운 일이기도 했다.
억지로 현실로 끌어당기려던 걸
내 몸이 먼저 멈춰 세운 셈이니까.
아직 회복이 다 된 건 아니고, 여전히 여기저기 아프지만
그 시간들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글을 쓰던 그 순간들,
그 몰입의 날들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게 해 줬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말,
조금 쉬어야 할 시간이라는 걸
나도 인정하려 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