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잘 포장해 보았습니다(자소설 제출 완료)
나는 요즘,
내가 나를 설명하는 방식이 점점 어색해진다.
취업을 다시 준비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은 쓴 것 같다.
처음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해왔고, 그 안에서 무엇을 느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그런데 점점,
그 '진심'은 보기 좋게 포장되지 않으면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썼는데,
너무 밋밋해 보인다는 생각에 스스로 지운 적이 있다.
느낀 그대로 적었지만,
왠지 설명이 부족해 보여서 다시 고쳤다.
자랑이라기엔 부족하고,
과장은 아닌데
그렇다고 너무 솔직하면
불리할 것 같은 기분.
그래서 나는
조금씩 내 이야기를 덜어내고, 다듬고, 감췄다.
과장하지 않았지만,
솔직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글.
어느새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이 '나'에 대한 이야기인지
'잘 보이기 위한' 이야기인지, 점점 헷갈려졌다.
이게 맞는 걸까.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닿지 못할 것 같아서
결국 나를 포장하는 글을 또 한 번 저장한다.
그리고 자소서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나는 나를
한 발짝 더 멀리 두는 기분이 들었다.
솔직함은 가끔 너무 가난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나를 꾸민다.
자기소개서를 쓴다는 건,
어쩌면 살아온 시간을 포장지에 싸는 일이다.
나도 안다.
그렇게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걸.
면접장에서
어떤 말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말엔 아무 반응도 없던 면접관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말하는 방식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말하는 내용이 부족한 걸까.
누가 붙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면접장 안에서 말 잘하는 사람이
유독 빛나 보이던 날이 있었다.
그날 나는,
솔직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묘하게 위축됐다.
진심을 꺼내기보다
이야기를 잘 꿰어내는 게
더 많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회사에서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
익숙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맡아본 적 없는 업무, 처음 다뤄보는 시스템,
모든 게 낯설었다.
그래서 더 많이 물었고, 더 오래 남았고,
실수하지 않으려
작은 것도 빠짐없이 적어가며 익혔다.
일이 밀릴까 봐, 놓칠까 봐,
퇴근 후에도 다시 앉아 확인했던 날들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났다.
내가 맡은 일뿐만 아니라
때로는 같이 일하던 동료의 일까지
함께 책임져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자기소개서에는 잘 담기지 않는다.
성과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고,
수치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조용히 책임졌던 시간들이라서.
한 때는 그 시간을 써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고,
"어필이 부족하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결국
그렇게 지워진 나의 시간들은
한 줄로 요약되거나,
문장 밖으로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지워지고, 정리되고, 다시 쓰는 동안
나는 점점,
내가 누구였는지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문장은 너무 평범하다고 지웠고,
어떤 문장은 과한 것 같다고 다시 고쳤다.
그렇게 쓰다 보면
결국 '나'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말'이 먼저 남는다.
그래도 결국,
나는 또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쓴다.
이게 나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보기 좋게 다듬어진 말들로
나를 다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