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가능이라면서, 경험부터 묻는 사회
신입 가능. 경력 무관. 누구나 지원 가능.
공고만 보면,
기회는 꽤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보면
그 아래엔 꼭 이런 말이 붙어 있다.
"관련 업무 경험자 우대"
"해당 프로그램 사용 경험 필수"
"유관 부서 인턴 경험자 우대"
'신입'이라면서,
왜 이렇게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걸까.
도대체 어떤 신입이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정말 신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신입'이라는 말은
의미가 조금씩 비어가기 시작했다.
'신입도 지원 가능합니다.'
그 말에 지원을 해보려 하면
정작 우대 조건과 필수 요건에서 보여지는
'이미 어딘가에서 해본 사람'.
그런 문장을 여러 번 보고 나면
이력서를 열기 전부터
스스로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난 안 되겠지.'
'나는 아직, 뭘 해본 게 없으니까.'
예전엔 인턴이
'배우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턴조차 '경험자'를 위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인턴 지원 자격 : 관련부서 인턴 3개월 이상 경험자 우대
사무보조 업무 유경험자, OA 가능자 우대
인턴을 하기 위해선
먼저 인턴 경험이 있어야 하는 구조.
그렇다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처음이라는 말조차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그럴듯한 말들은 참 많다.
"열정 있는 신입을 기다립니다."
"미래의 인재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 뒤에 늘
해본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조건들이 숨어 있다.
처음이면서도
이미 경험이 있어야 하고.
아직 배우는 입장이면서도
이미 익숙해야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누가 이 출발선을 끊을 수 있는 걸까.
진심을 꺼낸 문장보다
그럴듯한 경력을 내세운 문장이
더 많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구조.
채용은 점점
'가능성'이 아닌 '포장'의 영역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직 시작조차 못 해본 누군가는
조용히 뒤로 밀려난다.
'신입 가능'이라는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다.
정말로 처음이어도 괜찮은 사회.
정말로 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시작할 기회를 주는 사회.
그 한 줄의 문장이
포장이 아니라,
진심이었으면.
이 글은 브런치북
<죽을 용기는 없어서, 사는 중>
의 한 페이지가 될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