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식사를 하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전세계적으로 4천만 장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며, 1초에 8천 개의 "좋아요"와 1천개의 댓글이 달린다고 한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수의 40%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며, 하루 평균 1시간 가량을 할애하고 있다. 한 때 침묵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개인주의의 새로운 형태인 표현적 개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하워드 서먼은 표현주의적 자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 안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기울이는 존재가 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당신은 평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끄는 대로 살다가 끝내게 될 것이다."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은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인데, 자기 표현은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결혼의 예를 들어 보자. 고대에는 결혼은 서로의 경제적 이해와 생존을 목표로 하는 실용주의적 의미가 컸다. 현대에 와서는 두 사람의 애정과 사랑의 완성으로 결혼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결혼을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을 돕는 도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자아의 발견과 실현이 결혼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사랑 역시 희생과 헌신 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만족과 성취가 강조된다. 즉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이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자기 표현은 감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닐 포스트먼은 <죽도록 즐기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서로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서로를 즐긴다. 그들은 생각을 주고 받지 않는 대신 이미지를 주고 받는다. 그들은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는 대신 멋진 외모, 유명인, 광고를 논한다." 생각 대신에 이미지를 주고 받는다는 지적처럼, 지성보다는 감성이,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주관적인 느낌이 휠씬 중요해 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는 "남성의 몸에 갇힌 여성"이라는 표현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느낀다면 여자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 개인적 느낌과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인 사실과 외적 기준보다 중요해 진 것이다. "성"과 같이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에서부터 내면의 목소리에 근거해서 개인이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에베소서 1장 1절은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이라고 시작한다. 바울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 안에서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혼란과 역경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정체성과 삶의 기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