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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Apr 09. 2022

빛의 기억

십 수년 전의 우리 아이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의 아이는 웃고 있지만 나는 거기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빛의 기록과 내 뇌의 기록은 다르다. 내 기억은 내가 선택한 것들의 모음이다. 내 기억은 모든 진실의 총합이 아니다.

기쁨, 슬픔, 희열,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선택한 이야기들의 조각 모음들이다.

빛의 기억과 내 뇌의 기억 중에 무엇이 더 정확할까? 나는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내 기억보다 빛이 기록한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안다.


하나님은 빛이시다. 하나님은 기억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의심하는 그 모든 사실은 결국 빛의 기억 속에 정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 정확하지도 않은 기억을 더듬어 그것을 마치 빛의 계시인 것처럼 여기며, 타인을 숭상하고 자신을 멸시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건 빛에 민감하게 살았던 곤충들, 즉 개미들이나 벌들도 하지 않았던 짓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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