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의 우리 아이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의 아이는 웃고 있지만 나는 거기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빛의 기록과 내 뇌의 기록은 다르다. 내 기억은 내가 선택한 것들의 모음이다. 내 기억은 모든 진실의 총합이 아니다.
기쁨, 슬픔, 희열,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선택한 이야기들의 조각 모음들이다.
빛의 기억과 내 뇌의 기억 중에 무엇이 더 정확할까? 나는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내 기억보다 빛이 기록한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안다.
하나님은 빛이시다. 하나님은 기억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의심하는 그 모든 사실은 결국 빛의 기억 속에 정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 정확하지도 않은 내 기억을 더듬어 그것을 마치 빛의 계시인 것처럼 여기며, 타인을 숭상하고 자신을 멸시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건 빛에 민감하게 살았던 곤충들, 즉 개미들이나 벌들도 하지 않았던 짓들이다.